‘상향등 복수 스티커’ 등장 왜?…‘살인불빛’ 상향등, 시력 회복에 3.23초 걸려

cja0917@donga.com2017-08-25 13: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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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뒤차가 상향등을 비추면 귀신 형상이 나타나는 이른바 ‘상향등 방지 스티커’는 무분별한 상향등 남용에 대한 보복심리로 나왔다.

상향등은 다른 운전자에게 도로상의 위험을 알리거나, 앞쪽 상황을 알기 힘든 굽은 길을 지날 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무조건 내 시야만 확보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운전자들이 상향등을 켠 채 운전하거나, 도로 위에서 사소한 시비가 붙었을 경우 상대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눈뽕’(강렬한 빛 때문에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는 현상을 가리키는 은어)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는 게 그 증거다.

상향등은 잘만 쓰면 위험한 안전을 지켜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운전자의 눈을 순간적으로 멀게 해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상향등 불빛에 직접 노출된 운전자가 정상 시력을 찾는 데 평균 3.23초가 걸린다. 시속 80㎞로 달리고 있었다면 약 70m를 완전 무방비 상태로 질주하는 셈이다.

일반 전조등 불빛보다 훨씬 밝은 불법 개조 고광도 전구(HID)에 노출되면 시력 회복에는 4.44초가 필요하다. 100m 가까운 거리를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향등 남용은 그 순간의 사고는 피해 가더라도 다른 운전자에게 큰 스트레스와 불편을 안겨준다. 이는 보복운전을 불러와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시거리가 100m로 하향등(40m)의 2.5배 이상인 상향등은 불빛이 발사되는 각도(조사각)도 높아 다른 운전자들의 눈을 직접 겨냥한다.

때문에 도로교통법에서는 밤에 다른 차와 마주 보고 진행할 때 전조등 밝기를 줄이거나 불빛 방향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필요하면 잠시 전조등을 끄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차 바로 뒤를 따라갈 때도 전조등 불빛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밝기를 함부로 조작해 앞차 운전을 방해해선 안 된다.

하지만 상향등 남용에 대한 벌칙 조항은 없다. 사고가 난 뒤에야 안전운전의무 위반 등으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번에 ‘상향등 복수 스티커’를 붙이고 차량을 운행했다가 즉결심판에 넘겨진 운전자를 옹호하는 의견들이 쏟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0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향등 복수 스티커’를 구매해 자동차에 붙이고 10개월간 운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뒤차가 상향등을 켜는 바람에 배수구에 빠질 뻔한 일을 경험한 뒤 스티커를 구매했다며 “경차라서 차량이 양보를 잘 해주지 않고 바짝 붙어 상향등을 켜는 운전자가 많아 스티커를 붙였다”고 진술했다.

누리꾼들은 “귀신스티커 자체가 나온 이유는 운전자의 시각도 마비시킬 정도의 전조등인데, 앞은 없고 뒤만 잘못했다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 “(귀신 스티커를 붙여)놀라게 한 사람도 잘못이지만, 어둡지도 않은 곳에서 앞에 차량이 있는데 상향등을 켜고 운행한 사람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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