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끊으면 아들 뺏겠다” 마약중독 부모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celsetta@donga.com2017-07-25 18: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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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BC
마약에 중독돼 18개월 된 아들을 하루 종일 방치하다시피 하던 무책임한 부모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7월 24일(현지시간) 미러(Mirror)에 따르면 영국 부부 미키(Micky)씨와 페이(Faye)씨는 아들 카일(Kyle)에게 텔레비전 만화 채널을 틀어 준 뒤 온종일 무기력하게 늘어져 헤로인을 투약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복지국에 아이를 빼앗기기 일보 직전이 된 부부는 BBC2채널 프로그램인 ‘중독된 부모들: 내 아이를 지킬 마지막 기회(Addicted Parents: Last Chance to Keep My Children)’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전담 치료사가 가족과 함께 숙소에서 생활하며 마약으로부터 벗어나 가정을 지킬 기회를 만들어 주고, 무사히 중독에서 벗어난다면 부부는 아들 카일을 뺏기지 않고 계속 키울 수 있었습니다.

아빠 미키 씨는 “제가 올해 36세인데, 18세 때부터 마약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카일을 정말 사랑하지만 어떻게 해도 마약을 끊을 수 없었어요. 이번에야말로 아이를 위해 중독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내도 잘 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의존해 온 마약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부부는 침대에 게으르게 늘어져 있고 싶어했고 불안정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18개월 동안 부모로부터 정서적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들 카일의 상태였습니다. 카일은 외부 자극이나 낯선 사람에게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큰 소리가 나도 호기심을 보이지 않았고 걷다가 넘어져도 울지 않았습니다. 복지사들과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자폐증이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부부는 자신들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열심히 재활치료를 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미키 씨는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페이 씨를 보며 실망을 느꼈고 결국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둘은 헤어지기로 결정했습니다. 중독치료가 끝난 뒤 아들 카일은 아빠 미키 씨가 키우고, 대신 엄마와 자주 만나게 해 주기로 했습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자 카일의 발달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미키 씨는 “저는 한 때 마약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카일에 대한 사랑이 훨씬 더 크기에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카일을 위해 살아갈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영국 네티즌들은 이 부부의 사연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중독에서 벗어나 다행이다”, “페이 씨도 더 힘내길 바란다”며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애초에 부모가 마약중독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아이를 뺏었어야 한다”, “장담하건대 저 사람(미키 씨)은 두 달 이내에 다시 마약을 시작할 거다. 한 번 마약에 빠지면 벗어날 수 없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 몇 년 동안 관찰해서 마약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걸 확인한 뒤 아이를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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