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염산’ 맞고도 용서한 아내 “어쩔 수 없었다”

celsetta@donga.com2017-07-25 1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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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over Asia Press/Mirror
인도 여성 지타 마후르(Geeta Mahour·40)씨는 25여 년 전 두 딸과 함께 잠을 자다 얼굴에 염산을 맞았습니다. 가해자는 남편 인더짓(Inderjeet Mahour·60)이었습니다. 그는 어린 아내는 물론 딸들에게까지 염산을 들이부었습니다. 당시 세 살이었던 니투(Neetu)는 살아남았지만 18개월이었던 크리슈나(Krishna)는 몇 개월 뒤 감염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화가 날 때면 ‘내 말 안 들으면 너희들 얼굴 다 망쳐 버린다’라고 입버릇처럼 협박하곤 했습니다. 염산을 맞은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아, 남편이 그랬구나’하고 바로 알 수 있었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인더짓은 바로 경찰에 붙잡혀 감옥에 갔지만 지타 씨와 딸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온 뒤에도 피해자를 업신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렸고 감옥에서는 악마 같은 남편 인더짓이 “용서해 달라”며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염산 테러를 당한 몸으로 딸을 키우며 혼자 살기에는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결국 지타 씨는 원수 같은 남편 인더짓을 용서하고 같이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살아남은 아이 니투를 키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니투는 아버지의 염산 공격 때문에 왼쪽 눈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오른쪽 눈도 거의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딸 니투 씨. 사진=Cover Asia Press/Mirror
지타 씨는 딸 하나만 보며 모진 세월을 견뎌냈습니다. 자신과 딸에게 염산을 부은 남자와 같은 침대를 쓰고 밥도 차려 줘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도 괴로웠지만 ‘용서해야 한다’고 되뇌며 참아냈습니다. 지타 씨의 사연은 최근 영국 미러(Mirror)에 소개됐습니다.

몇 년 뒤에는 셋째 딸 푸남(Poonam)도 태어났지만 남편 인더짓은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아내를 때렸으며 집안 돈으로 도박을 일삼았습니다. 그는 자기 잘못을 반성한다면서도 친구들이 염산을 구해다 줬다, 아내가 염산을 맞은 뒤 응급처치를 잘못해서 상처가 커졌다며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저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습니다. 부인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려고 친구들에게 약한 염산을 구해다 달라고 했지요. (부인이) 염산을 맞은 다음 천으로 닦아냈으면 상처가 덜 했을 텐데 바로 물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오히려 산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됐습니다. 딸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제가 한 행동이 후회됩니다.”



지타 씨 가족. 왼쪽부터 남편 인더짓, 막내딸 푸남, 큰 딸 니투, 지타 씨. 사진=Cover Asia Press/Mirror
자기 얼굴에 염산을 부은 아버지이지만 니투 씨는 “저는 그때 일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원망하지도 않아요. 어머니께 ‘왜 이런 사람과 같이 사느냐’라고 물은 적도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엿한 어른이 된 니투 씨는 증오심에 사로잡히는 대신 자신과 같은 염산공격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사회단체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뒤 시력 회복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완전히 멀어버린 왼쪽 눈은 고치지 못 했고 그나마 시력이 남아 있는 오른쪽 눈의 기능도 3%정도밖에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니투 씨는 “아버지가 망친 건 제 얼굴과 시력이지 제 미래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제 명예와 자존심, 존엄성까지 해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이 사회에서 강산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라고 의연하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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