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47’이 ‘트럼프 암살하라’?…前 FBI 국장 조개 사진에 美 발칵

박태근 기자2025-05-16 17:27:00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SNS에 올린 숫자 사진 한 장이 정치적 폭풍을 일으켰다.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선동’이라고 반발하며 수사를 요구했고, 고위 당국자들도 잇따라 비판에 나섰다.

논란의 당사자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16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조개껍데기로 숫자 ‘86 47’을 해변 모래에 적어놓은 사진을 게시하며 “해변 산책로에서 본 멋진 조개 배치”라는 글을 남겼다.

사진은 즉각 논란이 됐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86은 “제거하다” “거부하다” “없애다”를 뜻하는 속어로 쓰인다. 이에 47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인 트럼프를 뜻한다는 해석이 더해졌다. 공화당 내에서는 이 숫자 조합이 “트럼프를 제거하라”는 정치적 메시지이자 은밀한 선동이라는 주장이 확산됐다.

코미는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인물이다. 당시 트럼프는 수사 중단을 요구했으나 코미는 거부하며 수사를 강행했고 결국 2017년 트럼프 취임 후 해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코미가 아버지를 살해하라고 부추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이 이 위협을 조사하고 있으며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FBI 캐시 파텔 국장도 비밀경호국의 수사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정보국(DNI) 털시 개버드 국장도 “코미는 ‘86 47’의 의미를 알았을 것”이라며 그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미 전 국장은 뒤늦게 게시글을 삭제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게시물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암살 선동이 아니라 단순한 ‘반 트럼프 구호’에 불과 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변 산책로에서 본 조개들의 사진을 올린 것이다. 나는 그것이 정치적 메시지인 줄 알았다. 누군가 그 숫자를 폭력과 연관 짓는다는 건 몰랐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반대하는 입장이라 게시글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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