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생일 맞는 지미 카터…바이든 “우리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동아일보취재2024-09-30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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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수 미국 대통령의 기록을 쓰고 있는 미국 제39대 대통령(1977년 1월~1981년 1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다음달 1일 100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1924년 10월 1일생인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100세 생일을 맞게 된다. 지난해 11월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가 별세한 뒤 맞는 첫 생일이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투병 중인 그는 지난해 2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택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고 있다.

2015년 8월 20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카터 센터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걸린 피부암이 뇌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진 출처 카터 센터 공식 홈페이지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미중 데탕트(긴장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중동전쟁을 치렀던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차 오일 쇼크, 10% 대의 물가 상승률, 이란 혁명세력의 주이란 미국대사관 점거 및 미국인 인질 사건 같은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대선에서 패했다. 재임에 실패한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그러나 퇴임 이후 다양한 평화 및 인권 활동에 종사한 카터 전 대통령은 ‘가장 훌륭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직접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당시 주석과 북핵 동결을 논의했다. 이외에도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비정부기구 ‘카터 센터’를 설립하고 아이티·보스니아 등 국제 분쟁 지역에서 평화 사절로 활동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13년 11월 18일 네팔 카트만두를 찾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한 네팔 소년과 인사하고 있다. 당시 카터 센터는 이튿날 진행된 네팔 총선의 모니터링을 위한 31개국 참관단을 네팔에 파견했다. 사진 출처 카터 센터 공식 홈페이지


카터 전 대통령의 생일을 앞두고 29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CBS방송을 통해 “우리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6년 상원의원 시절 카터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지지를 표했는데, 이는 카터 전 대통령이 고향 조지아주 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얻은 선출직 정치인의 지지였다. 이후 두 사람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나의 충실하고 헌신적인 친구”라고 부르며 지지를 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님은 미국과 세계를 위한 도덕적 힘이었다”며 “미국에 대한 당신의 희망적인 비전,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당신의 헌신, 그리고 인간의 선함의 힘에 대한 당신의 확고한 믿음은 계속해서 우리 모두를 인도하는 빛이 되고 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성과를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건강 사정상 우편 투표를 할 예정이다. 손자 제이슨 카터는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는 신체적으로 매우 쇠약해졌지만 잘 지내고 있다”며 “할아버지는 해리스에게 투표할 기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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