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이기는 세계의 지혜, 나라별 겨울음료 5

마시즘
마시즘2021-02-19 1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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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입춘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돌아보면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어떤 날은 거센 바람이 불었고, 폭설이 내려서 도시가 온통 새하얀 눈 이불을 덮기도 했다. 나 역시 두꺼운 수면양말을 신고 극세사 이불을 덮으며 집콕생활을 즐겼다. 간밤에 우리 집 보일러가 동파되기 전까지는.

안락했던 방구석이 갑자기 시베리아 한복판으로 변했다. 그래,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 되지! 역시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건 술 아니겠어? 오늘은 보일러가 끊겨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겨울철 음료에 대한 이야기다. 비록 몸은 갈 수 없지만 음료라도… 세계인들의 겨울나기 음료를 알아보자.

1. 바담우유 (인도)
한국에서도 아몬드 우유를 즐겨 마신다. 칼로리가 낮아 일종의 다이어트 음료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훨씬 오래전부터 아몬드 우유를 즐겨 마셨다. 물론 칼로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바담우유(Badam milk)’는 쉽게 말해 아몬드를 갈아 넣은 우유다. 인도에서는 일종의 보양음료로 마신다. 따뜻하게 데워마시면 겨울이 거뜬하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바담우유를 만들 수 있다. 먼저 우유를 따뜻하게 데운다. 아몬드와 설탕을 넣고 갈아준다. 여기서 ‘샤프란’을 넣으면 색깔이 노란색으로 예쁘게 변한다. 문제는 샤프란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라는 것. 그게 집에 있었으면 이 고생을 안 했겠지. 마지막으로 계피가루를 솔솔 뿌려 데코 하면 완성이다.

2. 아이리쉬 커피 (아일랜드)
위스키의 나라. 아일랜드에서는 커피와 위스키를 섞은 커스키(?), ‘아이리쉬 커피’를 즐긴다. 그런데 이 모습… 익숙하다. 그렇다. 기네스를 쏙 빼닮았다. 이 녀석은 속재료부터 모습까지 아일랜드 출신임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아이리쉬 위스키가 필요하다. 향이 연해서 커피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거든. 만약 다른 위스키를 넣을 경우 입 속에서 자강두천의 대결이 벌어지니 조심하자. 블랙커피와 아이리쉬 위스키를 3:2로 섞는다. 설탕을 넣고, 그 위에 생크림을 올리면 완성.

하지만 이름이 ‘커피’라고 해서 너무 안심하지 말자. 상대는 아일랜드 사람이거든. 첫맛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 마무리에 술기운이 훅 치고 올라오는 고진감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3. 에그노그 (미국)
이번엔 ‘에그노그’다. 마치 우리가 설날에 식혜를 마시듯이. 미국인은 연말연시에 에그노그를 마신다.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어린이용과 어른용. 어른용 레시피에는 4분의 1 정도 위스키나 럼 같은 술이 들어간다. 한 번은 미국의 사관학교에서 ‘에그노그 폭동’이 일어났는데. 학교 측에서 ‘술 넣은 에그노그’를 금지시키자, 화가 난 학생들이 갖가지 술을 밀반입해 시위했다. 그만큼 미국 사람들은 에그노그에 진심이다.

기본 레시피는 계란 노른자, 우유, 설탕을 넣고 잘 섞어주면 된다. 맛은 진득한 바나나우유, 커스터드 크림과 비슷한 맛이 난다. 마시즘에서도 <1분 만에 바나나우유 만들기>로 가짜 바나나우유를 만든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에그노그였다는 사실이다.

4. 야크버터차 (티베트)
차는 차인데, 100번 저어 만든 ‘야크버터 차’다. 티베트의 달고나 커피랄까? 티베트는 해발 4,900m의 높은 고산지대다. 안그래도 춥고 건조한데 겨울이 오면 어떨까?

티베트 사람들은 밥은 굶어도 차는 마시는 ‘차의 민족’이다. 왜냐하면 티베트의 차는 마치 밥처럼 영양이 가득하거든. 겨울에는 열량이 높은 야크 버터차를 마시면서 몸을 데운다.

준비물은 야크버터, 그리고 오른팔이다. 뜨거운 차에 덩어리로 자른 야크버터와 소금을 넣는다. 버터가 다 녹을 때까지 100번 넘게 저으면 야크버터차가 완성된다. 이쯤 되면 사실은 만드는 과정에서 땀을 내 따뜻하게 만든다는 전략이 아닐까?

5. 꿀술 (러시아)
인류 최초의 술이 무엇일까? 바로 ‘꿀술’이다. 러시아어로는 ‘메도부하(медовуха)’, 영어로는 ‘미드(mead)’다. 인류는 와인, 맥주를 발견하기 오래전 구석기시대부터 꿀술을 마시고 취해왔다. 러시아에서는 추운 겨울에 꿀술을 마신다.

꿀술은 말 그대로 꿀을 발효해서 만들어진 술이다. (나는 꿀을 넣은 술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반전은 사실 꿀술은 전혀 달달하지 않다는 것. 발효되는 동안 효모가 당분을 모두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꿀을 내어주고 술을 얻는다니. 단 것 좋아하는 술찌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긴 하지만 아무튼.

꿀술을 만드는 과정은 막걸리와 비슷하다. 물과 꿀을 녹인 후, 효모를 넣고 기다린다. 그럼 꿀의 당분이 분해되어 알코올만 남는다. 이걸 따뜻하게 끓여서 마신다. 하지만 40도 이상의 술을 즐기는 러시아에서는 이걸 ‘쌍화탕’ 정도로 취급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