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느끼는 이음, 마음의 맑음을 엮다' 라탄공예 유맑음 작가

핸드메이커
핸드메이커2020-06-0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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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1층 넓은 유리창 너머, 많은 사람들이 라탄을 이리저리 꼬고 엮으면서 작업에 몰입 중이다.

라탄은 볏짚 새끼를 꼬아서 만든 우리 전통 공예와도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는 색의 다양함과 은은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낸다.

또한,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워서 다루기 쉽기 때문에 실용공예로도, 핸드메이드 취미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수강생을 가르치는 유맑음라탄스튜디오의 유맑음 작가도 라탄의 이런 다양한 매력을 알리고 있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였던 작가는 라탄을 만나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라탄은 단순히 어떤 물건을 생산하는 수단이 아닌, 자아를 세우고 가족과 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엮는 것이라고.
유맑음(유진숙) 작가 / 컬리버
유맑음라탄스튜디오와 작가님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라탄 공예를 하고 있는 작가 유맑음입니다. 유맑음라탄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다양한 라탄 공예품을 만들고 있고, 수강생들과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어요.


라탄공예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라탄공예는 어떤건가요

라탄 공예는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라탄(rattan) 나무의 줄기를 이용한 공예예요. 라탄을 등나무라고 하기 때문에 등공예라고도 부릅니다. 라탄 줄기는 잘 휘어지면서도 견고해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드는 데에 적합합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핸드메이드 공예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유맑음스튜디오 / 컬리버
라탄공예는 우리나라의 짚풀공예 죽공예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비슷한 점이 많죠. 우리나라 전통 짚풀공예나 죽공예도 유연한 짚풀과 대나무를 물에 적시고 엮어서 물건을 만들잖아요. 환경과 재료는 조금 다르지만 주변의 것을 이용해 일상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아낸 것 같아요. 그 삶의 지혜가 계속 이렇게 인정받고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정말 감탄스러워요.


라탄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10년이 넘게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했어요.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 두면서 전업주부로만 생활하게 됐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문득 제 삶을 곰곰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우리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도움이 될 새롭고 특별한 일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라탄 공예를 접하게 되었는데, 금세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죠. 라탄을 하면서 스스로가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이 라탄으로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소품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 나아가 이게 내 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후부터 열심히 라탄 공예를 파고들었어요. 그렇게 자격증을 취득하고 제 이름과 맑은 마음을 엮는다는 슬로건을 내건 개인 공방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곳곳에 놓여진 작품들 / 컬리버
간호사와 수공예는 완전히 다를 것 같은데, 두 직업을 거쳐본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통점도 있어요. 응급실 간호사는 인내심을 갖고 다양한 환자를 보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라탄공예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아요. 또 수강생을 가르칠 때도 잘하는 분도 계시고, 어려워하는 분도 계시고 다양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배려하고 보듬어나가는 점이 같다고 봐요.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간호사로 일하면서 정신없이 일할 때가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라탄 공예를 할 때는 그럴 일이 없다는 거에요(웃음) 만드는 것에 몰입하게 되면서 정말 편안해지고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이 일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느긋해진 거 같아요.


제품을 만드는 방법과  걸리는 시간 

시중에 판매되는 라탄은 실타래처럼 둥글게 말린 상태에요. 이것을 만드는 작품에 따라 통째로 혹은 미리 재단해서 물에 담가놔요. 10~15분 정도 불려야 탄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적당히 부드러워져서 작업하기 좋아요. 이제 이 줄기를 길이에 알맞게 재단하고, 엮고, 자르는 등 모양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면 돼요.

작업 과정 중간중간에도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어야 하고요. 완성되면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충분히 건조합니다. 그런데 작품마다 엮는 방법이 다르고 사용하는 재료도 달라요. 예를 들어 시계 작품은 나무 합판을 함께 사용해요. 엮는 시간은 시계의 경우는 2~3시간 정도 걸리지만 큰 작품은 며칠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라탄 시계와 거울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라탄 줄기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라탄으로 만든 생활용품이 갖는 기능적인 강점과 오래 사용하는 방법

라탄으로 만든 물건은 1회 용품이나 화학재료를 사용한 것에 비해 자연친화적이에요. 그리고 색깔도 은은하고 자연적인 색이라서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에도 어울리죠. 또 시간이 지나면 하얀 라탄이 자연스럽게 누르스름하게 변해요. 그 색의 변화를 일상에서 지켜보는 것도 매력이죠. 물건도 가벼우면서 적당히 튼튼해요.

다만 강한 열에 약하고, 습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뜨겁거나 직사광선이 강한 곳,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이런 것들만 주의한다면 사계절 내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 통풍이 잘 된다는 점에서 여름용 물건으로는 안성맞춤이죠.


작가님 라탄공예품을 보면 라탄 그대로의 원색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요 더 화려한 색으로 염색할 수도 있나요

네 가능해요. 실제로 라탄 공예 하시는 분들 중에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을 물들이는 분도 많아요. 저도 가끔 특별한 것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서 염색작업을 따로 해요.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색을 사용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라탄만의 은은함과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는 자연의 변화가 라탄공예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파란 라탄 바구니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라탄공예에 사용되는 라탄 줄기도 종류가 있나요 어떤 것을 주로 사용하나요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최상급을 받은 발리 등공예 1등급의 환심을 주로 쓰고 있어요. 3~4년 된 등나무 줄기가 거스름이 없어서 좋은 등급을 받아요. 환심은 라탄 소품을 만들 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줄기인데, 둘레가 2.0mm~2.5mm이에요. 하지만 큰 바구니나 가구는 더 굵은 것들을 사용합니다. 7mm 정도되는 평평한 '평심'과 등나무 껍질을 가공해 질긴 '피등' 등이 그거예요.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제품군이라던지 접목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지금도 배워나가는 단계이고 계속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라탄을 이용해 좀 더 큰 물건들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특히 요즘은 가구 만드는 것을 공부하고 있어요. 또한 제 작품 중에 시계가 합판 나무를 사용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다른 여러 재료를 사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금속과도 한번 콜라보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금속은 차가운 느낌이 들잖아요. 언뜻 생각하면 따뜻하고 은은한 라탄과 상극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조화로운 매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트레이 제품에 한번 시도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라탄 의자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한국등공예연구회에 소속되어 계신데 연구회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한국등공예연구회에서 처음 라탄 공예를 시작했어요. 이 연구회는 40년의 역사를 가진 곳인데, 취미반은 물론 자격증 과정과 강사반 등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재료 판매, 서적 발간, 연구, 교육 등을 통해 라탄 공예를 널리 알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시작한 라탄이 가족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고 반응은 어땠나요

5살과 4살 아이가 있어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잖아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장난감, 바구니를 직접 엄마가 만든 것으로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했어요. 실제로 라탄공예가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물건에 비해 자연친화적이에요. 아이들도 엄마가 만든 것이라고 하면 좋아하고 예쁘다고 해서 정말 뿌듯했어요.

또 요즘 라탄 인테리어가 유행하잖아요. 제가 만드는 제품들 라탄시계, 라탄트레이, 라탄스탠드, 라탄거울 등이 모두 인테리어에 활용돼요. 저희집도 공방 모습처럼 다양한 라탄 제품으로 꾸며져 있어요. 은은한 라탄 공예품으로 채워진 집안 분위기 속에서 가족들이 일상을 보내게 됐고 덕분에 더 화목해진 것 같아요.
라탄 공예품들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창작 가치관으로 이야기하신 "손 끝으로 느끼는 이음의 공간 마음의 맑음을 엮다"에 대해 상세히 듣고 싶습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라탄공예를 하면서 저는 정말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어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하면서 잡념은 없어지고 마음은 편해져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손끝으로 엮는 마음의 맑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방의 이름인 유맑음라탄스튜디오을 따서 이름도 '유맑음'으로 개명을 신청했어요. 제 이름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래는 개명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저의 진정성을 더 널리 전해주기 위해 결심했고 부모님도 설득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라탄공예 때문에 이름까지 바꿀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죠(웃음)


창작을 지속하게끔 하는 에너지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라탄 공예는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누군가는 그 때문에 어려워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엄청나요. 그 기쁨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요. 그리고 이 기쁨을 널리 알리고 소통하면서 얻는 즐거움도 좋고요. 그냥 라탄 공예를 하면서 얻는 그 모든 것이 저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의 소중한 가족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라탄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잖아요. 앞으로도 라탄 공예로 아이들에게 그리고 소방관으로 열심히 일하며 고생하는 우리 남편에게 엄마이자 아내로서 보탬이 되고 싶고, 가정을 더 화목하게 만들고 싶어요.
라탄 엮기 / 컬리버
라탄공예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경력단절여성으로서 꿈을 포기한 다른 경력단절여성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결혼과 출산 때문에 꿈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정말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사실 저는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결혼과 출산 이후 라탄공예를 만나면서 더 즐겁고 새로운 삶을 갖게 되었어요.

경력단절을 오히려 더 나에게 맞는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호기심과 열정을 갖고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처럼 라탄공예를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사실 저는 수익적인 부분에서 드릴 조언은 별로 없어요. 저 역시 이제 막 시작한 작가라서 부족한 부분이 많거든요. 제가 라탄 공예를 시작하고 업으로까지 삼은 이유는 단지 내가 즐거워서였고, 또 그 즐거움을 가족과 사람들에게 더 많이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수익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중요한 문제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라탄을 해나가고 즐길 수 있는 열정과 각오가 되어 있다면, 수익도 저절로 따라올 거라는 생각을 갖고 하고 있습니다. 라탄공예에 매력을 갖고 진지하게 하려는 분들 모두를 응원하며 함께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라탄 바구니와 상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라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라탄공예가 잠깐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라탄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그 제품들이 일상 속에서 밀접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현대에는 친환경, 웰빙 등이 강조되잖아요. 이런 트렌드에도 잘 맞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중요시될 점이라고 보고요. 물론 라탄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저 같은 작가들이 계속 노력해야겠죠. 앞으로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수강생들에게도 열심히 가르치면서, 많은 사람이 라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창작자들을 만나다 보니 공방을 갖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작가님은 이것을 이미 이루었는데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라탄공예를 시작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빨리 저의 공방을 갖게 되었어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라탄을 즐기고 널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그 마음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제품으로 찾아뵙고 라탄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수강생을 가르치는 작가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유맑음 작가의 작품은 특별히 화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은 물건들이지만 과하지 않은 은은함과 자연스러움이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화려한 멋을 뽐내기보다는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담백한 사랑과 성숙함을 반영하는 것 같다.

실제로 작가는 수익이나 외면의 화려함 때문에 라탄을 업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라탄으로 물건을 만드는 즐거움 그 자체에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어엿한 개인 공방을 갖추고 다양한 작품을 만들며 클래스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게 된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이제 공방의 이름을 따서 이름 석 자까지 바꾸기로 했다. 라탄 공예가 작가의 모든 삶을 더 풍요롭게 변화시키게 된 것이다. '유맑음'으로 불리게 될 작가의 바람대로 '맑음의 엮음'이 더 널리 전해지길 바라 본다.
위 인터뷰는 핸드메이커와 문화 솔루션 기업 컬리버가 함께 기획 취재한 내용으로 스몰컬쳐 매거진 人文:想 에서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