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품 빠지는 중? 그래픽 카드 가격 내릴 듯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컴퓨터 부품 중에서 요즘 제일 구하기 힘든 건 그래픽 카드입니다. 컴퓨터 부품은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가격이 40만 원 이상 오르는 일도 있습니다. 그나마 주문을 하고 나서 2~3주 정도는 기다려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죠.
이렇게 그래픽 카드가 귀한 몸이 된 건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eum)’, ‘제트코인(Z Coin)’ 같은 가상화폐 때문입니다. 이런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암호를 풀어야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암호를 풀려면 ‘부동소수점 연산’을 해야 합니다. 컴퓨터에 쓰는 모든 부품 중에서 그래픽 카드 안에 들어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이 연산을 가장 잘합니다.

보통 컴퓨터에선 중앙처리장치(CPU)가 연산을 담당하죠. 하지만 이 부동수소수점 연산에는 GPU 여러 대를 쓰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CPU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빨리 푸는 장치라면 GPU는 쉬운 문제가 아주 많이 있을 때 빨리 푸는 능력이 있거든요. 이 때문에 가상화폐를 채굴(mining·암호를 푸는 과정)하는 사람들이 그래픽 카드를 대량 구매하면서 시장에 물량이 부족하게 된 거죠. 아예 채굴 공장을 차리기는 일도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비트코인 채굴 공장
그런데 앞으로는 그래픽 카드를 사기가 좀 수월해질지 모르겠습니다. 가상화폐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 추세를 보여서죠. 지난달 12일 2911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17일 현재 1925달러로 내려왔습니다.

물론 올해 1월 13일 78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비트코인은 여전히 비쌉니다. 그래도 그래프 모양은 심상치 않습니다. 전형적인 ‘버블 붕괴’ 모양이거든요.

레프 톨스토이는 소설 ‘안네 카레리나’에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서로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고 썼지만 버블은 반대입니다. 경제적 거품을 뜻하는 버블은 서로 비슷한 모양으로 빠집니다.

미국 월가에서는 ‘하이먼 민스키 모델’을 거품 붕괴 모형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이먼 민스키(1919~96)는 평생을 금융 불안정성(Financial Instability) 연구에 바친 미국 경제학자입니다. 이 연구는 원래 ‘주류 경제학’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재조명받았죠.

금융 불안정성 이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수익을 노린 고위험 투자가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은 결국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민스키는 아래 그래프 같은 사이클에 따라 거품이 빠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비트코인 가격 추이가 이 모델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게다가 갈수록 매도 물량이 늘고 있어 이 가격이 더욱 내려갈 확률도 높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은 정말 하이먼 민스키 모델을 그대로 따라갈지 모릅니다.

다만 모두가 이 분석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이미 이런 조정 단계를 여러 번 거쳤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올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죠. ‘마스터링 비트코인(Mastering Bitcoin)’이라는 책을 쓴 안드레아스 M 안토노풀로스 씨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가격이 너무 빨리 오른 것에 대한 조정 반응일 뿐”이라며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투자자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앞으로 가상화폐에 돈을 쓰는 건 합리적인 투자가 될까요? 아니면 거품 속으로 뛰어드는 투기에 그칠까요? 돈 버는 데 별 소질이 없는 저로선 그저 빨리 새 컴퓨터를 마련할 수 있도록 그래픽 카드 가격이나 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