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아이 바뀌었다” 러시아 엄마, 30년 만에 친딸 찾아

celsetta@donga.com2017-07-11 16: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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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조야 씨(가운데)와 두 딸 루시야(왼쪽), 에카테리나(오른쪽). 사진=Zoya Tuganova/The Siberian Times
산부인과 의사의 고집 탓에 병원에서 뒤바뀐 딸을 30년 넘게 키워 온 러시아 여성 조야 투가노바(Zoya Tuganova·69)가 최근 친딸을 찾았습니다. 친딸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조야 씨는 꼬일 대로 꼬인 운명에 탄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야 씨는 러시아가 아직 ‘소비에트 연방’ 이었던 1987년에 산부인과에서 딸을 출산했습니다. 갓 태어난 딸을 한 번 본 뒤 까무러치듯 정신을 잃었던 조야 씨는 깨어난 뒤 자기 품에 전혀 다른 아이가 안겨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의사에게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방금 본 내 딸은 나처럼 머리 색이 연했는데 이 아이는 검은 머리 아니냐, 확인해 달라”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의사는 오히려 조야 씨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습니다.

계속 아이가 바뀌었다고 주장하자 의사는 “정신 감정이 필요한 것 같다. 당신 남편 불러와 보라”며 조야 씨를 몰아세웠습니다. 당시는 평범한 환자가 ‘권위 있는 전문가’의 의견에 토를 달 수 없는 시대였기에 조야 씨는 의사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의사가 ‘정신 이상’ 소견을 내면 어렵게 얻은 철도회사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아이가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일단은 병원에 항의하지 말자’며 침착하게 아내를 안심시켰습니다. 결국 조야 씨는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지만 딸 에카테리나(Ekaterina, 애칭 카챠·Katya)를 안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조야 씨 부부는 사랑으로 아이를 키웠지만 생물학적 친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씻을 수 없었습니다.



조야 씨와 에카테리나 씨. 사진=Zoya Tuganova/The Siberian Times
손주(루시야 씨의 아이)를 품에 안은 조야 씨와 루시야 씨. 사진=Zoya Tuganova/The Siberian Times

조야 씨는 지난 6월 시베리안 타임즈에 “물론 저는 카챠를 친딸처럼 키웠습니다. 내가 낳은 딸이 아니라 해도, 키운 정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친딸이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 딸도 자기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됐습니다. 에카테리나 씨는 어머니가 고민하는 걸 알고는 먼저 ‘친딸을 찾아보자’고 제의했습니다. 마침 조야 씨는 자신이 출산한 1987년 1월 29일 첼야빈스크 산부인과에서 같은 날 똑같이 제왕절개로 딸을 낳은 산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수소문 결과 ‘루시야 툴리게노바(Luciya Tuligenova)’라는 여성이 조야 씨의 친딸인 것이 밝혀졌습니다.

수십 년 전 헤어진 친딸과 만나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조야 씨는 친딸이 힘든 성장기를 겪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루시야 씨 어머니 엘비라(Elvira)씨가 뒤바뀐 아이를 안고 집에 돌아가자 남편은 “이 아이는 우리 둘 중 아무도 닮지 않았다. 당신이 바람 나서 낳은 아이 아니냐”며 몰아세웠고 나날이 의심이 심해져 아내를 폭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엘비라 씨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남편의 의심은 가실 줄 몰랐고, 결국 남편은 마을 남성 중 한 명을 아내의 불륜상대라고 단정짓고 그를 살해한 뒤 감옥에 가고 말았습니다.

원래 가난했던 살림에 남편마저 살인죄로 감옥에 가자 엘비라 씨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린 루시야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형제들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구걸해 먹고 살다가 고아원에 보내졌습니다.



에카테리나 씨. 사진=Zoya Tuganova/The Siberian Times
루시야 씨. 사진=Zoya Tuganova/The Siberian Times
“루시야를 처음 보자마자 친딸이라는 걸 알아봤습니다. 루시야가 그렇게 힘든 일을 겪으며 자랐다니 너무나 슬펐고 이 얄궂은 운명에 한숨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만났으니 저와 카챠, 루시야 세 사람이 오손도손 사랑하고 아껴 주며 지낼 겁니다.”

조야 씨는 뒤늦게 만난 딸 루시야 씨가 아이 여럿을 낳고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그는 “제가 루시야를 자꾸 챙겨주니까 카챠가 ‘엄마, 솔직히 좀 질투나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아가야, 엄마랑 아빠가 너를 30년 동안 애지중지 했잖니! 조금 이해해 주렴!’”

젊은 시절의 엄마처럼 철도회사에 다니고 있는 카챠 씨. 그는 웃으며 “물론 농담이죠. 저는 어릴 적부터 심장이 안 좋았는데 부모님이 좋다는 병원은 다 찾아 다니며 치료해 주셨어요. 제가 이 집에서 자라지 않았더라면 아마 어린 나이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미 큰 행운을 누렸으니, 이제는 루시야가 행복해 질 차례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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