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때문에 격리당한 네팔 소녀, 독사에 물려 사망

celsetta@donga.com2017-07-11 11: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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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참고사진 | ⓒGettyImagesBank
생리 중이라는 이유로 헛간에 격리당했던 19세 네팔 소녀가 독사에 물려 사망했습니다.

힌두교를 믿는 네팔에서는 생리 중이거나 갓 아기를 낳은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여겨 한동안 가족과 떨어진 곳에 격리시키는 관습이 있습니다. 월경혈이나 출산 시 나오는 피가 재앙을 몰고 온다고 믿는 이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여성을 격리시키는 관습을 ‘차우파디(Chhaupadi)’라고 부릅니다. 몸이 약해진 시기에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지내야 하는 여성들은 질병과 범죄, 사고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CNN,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7월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희생된 소녀 툴라시 샤히(Tulasi Shahi)는 지난 7일 네팔 서부 다일렉 지역에서 ‘차우파디’ 기간을 보내던 도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소녀는 삼촌네 외양간에 홀로 남겨져 있다 독사에 머리와 다리를 물렸습니다.

이후 가족들이 툴라시 양을 집으로 옮겨 응급처치를 시도한 뒤 가까운 보건소로 데려갔지만 보건소에는 해독제가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최근 장마로 물이 불어나고 길이 위험해져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가는 데 세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결국 7시간이나 고통과 싸우던 툴라시 양은 다음 날 아침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가족과 함께 안전한 집에 머물 수 있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비극이었습니다.

네팔에서 차우파디 때문에 숨지는 여성은 드물지 않습니다. 툴라시 양이 숨진 다일렉 지방에서만 해도 지난 5월 22일 14살 소녀 랄사라 비카(Lalsara Bika)가 헛간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보내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인근 아크함 지역에서도 2016년 12월 두 명의 소녀가 추위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렇듯 미신 때문에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지만 악습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차우파디는 2005년 네팔 대법원에서 불법행위로 판결됐으며 2008년 네팔 정부는 차우파디를 없애기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지만 여성운동가들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골 지역에서는 다들 당연하다는 듯 차우파디를 지속하고 있고,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문제 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팔 여성운동가 라다 파우델(Radha Paudel)씨는 CNN에 “우리 나라에는 여성 대통령(비디아 데비 반다리)도 있고 정부 대변인도 여성이며 대법원에도 여성 법관들이 있지만, 이렇게 고위관직에 오른 여성 지도자들조차 차우파디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습니다. 이 나라의 수치스러운 현실입니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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