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명의 美 대학생들이 졸업식서 ‘빵’ 터진 이유는?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실패보다 도전하지 않는 두려움이 더 커” 
‌“자기前에 행복했던 순간 3개 적어보세요” 
졸업식서 노래 부르는 코미디 배우 윌 페럴. 사진 출처 남캘리포니아대 유투브 영상
 “앤드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

지난 5월 12일 코미디 배우 윌 페럴은 모교 남캘리포니아대(USC) 졸업식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를 불렀다. “삶에서 낙망할 때 내가 당신들의 귓속에 이 노래를 속삭이는 모습을 상상하라”는 이유였다. 약 1만5000명의 졸업생들은 ‘빵’ 터졌다.

“내게도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실패보다는 도전하지 않는 두려움이 더 크다”고 말한 페럴은 감동과 유머를 모두 담아낸 모범적인 졸업 축사의 전형을 선보였다.

6월 중순, 미국의 졸업식 시즌은 막바지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들은 저마다의 명언을 제조해 내느라 분주했다. 코미디언 페럴도 명축사를 남겼지만 올해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혁신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트럼프 시대’에 대놓고 맞선 반(反)트럼프 인사들이었다. 
졸업식 연사로 나선 셰릴 샌드버그. AP 
재작년 남편을 잃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12일 버지니아공대에서 목이 멘 채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며 “근육과 같이 ‘회복력’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삶을 바꾼 습관”이라며 “자기 전 그날 겪었던 행복했던 순간 세 가지를 적어 보라”는 팁도 건넸다. 10년 전 최악의 총기 난사 사고를 겪었던 캠퍼스를 위한 맞춤형 축사에 포브스지는 이를 ‘2017년 최고의 졸업 축사’ 중 하나로 꼽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간성’을 키워드로 졸업 축사의 전설인 자신의 전(前) 보스 스티브 잡스의 아성에 도전했다. 9일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식에서 쿡은 “인공지능(AI)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이 온정 없는 컴퓨터처럼 생각하게 될까 더 두렵다”고 말했다. “뭘 하든 인간성을 불어넣으라”는 호소였다.

유명 반트럼프 인사들은 캠퍼스를 정치 유세장으로 변신시켰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12일 매사추세츠대에서 “정치색을 빼고 싶지만 못 참겠다”며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우리는 ‘사법방해’부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지난달 30일 브루클린대에서 “선동가들이 우리를 분열시키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트럼프의 돌출 해고 피해자인 프리트 바라라 전 뉴욕연방지검장과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 등 유명 반트럼프 인사들은 초여름 캠퍼스를 무대로 정치 총공세를 펼쳤다.


연설비 욕심을 부린 연사들은 빈축을 샀다. 버락 오바마 최측근 밸러리 재럿 전 백악관 선임고문과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각각 노스이스턴대와 휴스턴대에서 3만 달러와 4만 달러(약 4500만 원)를 받으려다 비판이 일자 무보수로 축사를 진행했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는 켄트주립대 졸업 축사 비용으로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받아 억대 연설비를 기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