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남장하고 일한 여성, 정체 탄로난 이유

celsetta@donga.com2017-06-16 10: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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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 Women/Deepika Nath/BBC
탄자니아 여성 필리 후세인(Pili Hussein)씨는 대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아내를 여섯 명 두었고 필리 씨는 37명이나 되는 형제들과 함께 자랐습니다. 아버지 농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자란 필리 씨는 31세에 결혼해 집을 떠났지만 남편은 매일같이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결국 결혼생활에 절망한 그는 또 다시 집을 떠났습니다.

혼자 몸으로 뛰쳐나온 필리 씨는 당장 돈을 벌어야 했고, 기왕이면 큰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농장 일을 하느라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적었습니다. 결국 필리 씨는 킬리만자로 산기슭에 있는 마을 메레라니(Mererani) 광산에서 일해 돈을 모아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메레라니 광산에서는 탄자나이트(Tanzanite)라는 광석이 산출되는데, 탄자나이트는 특유의 아름다운 푸른 빛 때문에 장신구 제작에 주로 사용됩니다. 준보석으로 대접받아 비교적 높은 가격에 매매되기 때문에 탄자나이트 광산에서 일하면 다른 곳에서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 역전을 꿈꾸고 메레라니에 도착한 필리 씨는 “여자는 광산에서 일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낙담했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남자만 광산에 들어갈 수 있다면, 내가 남자가 되면 되지.’



사진=UN Women/Deepika Nath/BBC
필리 씨는 남자 옷을 입고 남자처럼 행동했습니다. 통 넓은 바지를 광부들처럼 대강 잘라서 입고 어려서 남자 형제들과 농장 일 하던 때의 기억을 되살려 최대한 거칠게 행동했습니다.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광산 동료들은 그를 ‘후세인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광산은 덥고 먼지로 가득했지만 필리 씨는 하루에 10~12시간씩 열심히 일하며 남들보다 더 많은 광석을 캐냈습니다.

“600미터 아래까지 파고 내려갔죠. 남자들보다 더 용감하게 더 열심히 일했답니다. 심지어 동료 광부들보다 힘도 더 좋았어요. 당연히 채굴 실적도 최고였죠.”

‘에이스 광부’가 된 ‘후세인 아저씨’는 거친 남자로도 이름을 날렸습니다. 여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더욱 험한 말을 쓰고 다혈질처럼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필리 씨는 “고릴라처럼 행동했죠. 싸움도 하고 욕도 하고, 마사이 족 전사처럼 큰 나이프도 들고 다녔습니다. 남자 중에서도 특히 거친 남자였죠”라고 말했습니다.



사진=UN Women/Deepika Nath/BBC
그렇게 수 년 간 정체를 숨기고 일한 끝에 필리 씨는 꽤 큰 돈을 모았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 쌍둥이 동생에게 집을 사 주었고 고용주가 돼 자기 밑에 광부들을 부릴 정도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후세인 아저씨’로서 1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던 필리 씨. 하지만 상상도 못한 사건 때문에 정체를 밝혀야 했습니다. 마을 여성 중 한 명이 “광산 광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했고, 필리 씨가 가해자로 몰린 것입니다.

경찰서에 끌려간 필리 씨는 어쩔 수 없이 “사실 난 여잡니다”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습니다. 마을 여성에게 몸을 보여준 뒤에야 혐의를 벗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동료들 중 상당수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사진=UN Women/Deepika Nath/BBC
광산을 그만둔 뒤 2001년 재혼한 필리 씨는 “남편도 제가 정말 여자가 맞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친해지는 데 5년이나 걸렸다니까요”라며 웃었습니다. 필리 씨의 사연은 지난 5월 15일 BBC에 소개됐습니다.

필리 씨는 직원 70여 명을 둔 광산회사 사장님입니다. 직원 중 세 명은 여성이며 직접 광산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원석 세척, 회계와 거래, 요리 담당 등으로 일한다네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렇게 번 돈으로 조카 30명 학비를 대 줄 수 있었습니다. 새 가정도 꾸렸고 사랑스러운 딸도 낳았고요. 제 딸은 잘 교육받아서 자기 꿈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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