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난 가열담배, 유해성 논란 후끈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제조사 “유해물질 일반담배의 10%”… ISO 인증기관 분석 결과 내세워
전문가들 “저타르-저니코틴 담배, 많이 피우면 독성 더 높을수도”
정부, 유해성 검증 나서… 규제 고심

말린 쑥 냄새가 입안에서 퍼졌다. 그 대신 손과 입에 남는 매캐한 담배 냄새는 없었다. 기자가 최근 한국필립모리스가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가열 담배) ‘아이코스’를 피운 느낌이다.

국내에 첫 가열 담배 아이코스가 출시된 지 일주일. 인기 몰이가 한창이다.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아이코스 매장엔 평일 이른 시간인데도 직장인 5명이 제품을 사려고 서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대기 인원은 20여 명으로 늘었다.

담배 회사들은 ‘가열 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지만 맛은 기존 전자담배보다 뛰어나다’고 홍보하고 있다. 11년째 피우던 담배 대신 아이코스를 사용하고 있는 오주헌 씨(30)는 “연기와 냄새도 없고 기존 전자담배보다 훨씬 맛도 좋다”고 말했다. 반면 몸에 덜 해롭다는 담배 회사의 주장을 미심쩍어 하는 흡연자도 적지 않다.

담배의 유해성분 상당수는 연소할 때 발생한다. 가열 담배는 담뱃잎을 불로 태우지 않고 열로 찌는 방식이라 덜 해롭다는 게 담배 회사들의 주장이다. 필립모리스 본사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은 해외 연구기관에 의뢰해 54가지 유해물질을 분석한 결과 아이코스 증기 속 유해물질은 일반 담배 연기의 평균 10% 수준이었다. 또 미국과 일본에서 성인 흡연자 160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임상연구를 벌인 결과 아이코스로 갈아탄 흡연자의 유해물질 노출량은 금연한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담배 회사들은 간접흡연 폐해도 훨씬 덜하다고 주장한다. 가열 담배 ‘글루’를 8월 출시하는 BAT코리아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가열 담배와 일반 담배를 피운 뒤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한 결과, 가열 담배의 경우 9가지 유해물질 중 7가지는 검출되지 않았다. 나머지 2가지(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는 일반 담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만 검출됐다.

하지만 유해물질이 실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담배 회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김지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선임연구원은 “담배 회사의 자료는 결과만 보여주고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열 담배 관련 연구 대다수는 담배 회사가 주도하거나 외부 기관에 의뢰한 것들이다. 최근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이 아이코스 증기에서 합성 원료, 살충제 원료인 아세나프텐이 일반 담배의 3배 수준으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지만 필립모리스 측은 실험 장비와 방식이 객관적이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담배 회사의 과도한 마케팅이 ‘가열 담배는 괜찮다’는 인식을 부추길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모든 담배는 해로우며 안전한 제품은 없다.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흡연 습관에 따라 실제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라도 자주 피우면 일반 담배보다 독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없던 형태의 가열 담배를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아이코스의 유해성을 검증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이와 동시에 아이코스가 먼저 출시된 해외 19개국의 연구 결과와 규제 등 자료를 모아 규제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또 불법 여지가 있는 판촉 행위도 철저히 규제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이코스 전자장치는 담배가 아니므로 이 제품만 대폭 할인해서 파는 편법적 판촉 행위 여부 등 사각지대는 없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