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로 ‘게임 중독’된 마을 사람들…”인생이 달라졌다”

celsetta@donga.com2017-05-19 15: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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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BC/Jack Palfrey
인도 케랄라 지역에 위치한 작은 산골마을 마로티찰(Marottichal). 6000명 남짓 되는 주민들 중 약 4000명 이상이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앉으나 서나 게임 생각, 만나면 게임 이야기, 주말이면 마을 정자에 모여 게임 삼매경.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빠져 있는 이 게임은 바로 체스입니다. 5월 18일 BBC는 ‘체스에 빠진 마을’ 마로티찰을 소개했습니다.

집집마다 체스를 둘 줄 아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을 정도로 마로티찰에서 체스는 공식게임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들에게 체스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마을을 다시 태어나게 해 준 고마운 보물입니다. 체스 마을로 소문이 나자 외국에서 체스를 두러 찾아오는 여행자들도 있을 정도라는데요.

50여 년 전 마을에 처음으로 체스를 소개한 찻집 주인 운니크리슈난(Unnikrishnan)씨는 체스가 마을 사람들의 삶을 확 바꿔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술과 도박에 빠져 허송세월하며 가정도 돌보지 않았던 남자들에게 체스를 가르친 것이 바로 운니크리슈난 씨였습니다.

“타향서 살다가 고향이 그리워 돌아와 보니 마을 상황이 말이 아니었죠. 다들 무기력했고 인생에 재미를 못 느낀다며 술만 마셔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알코올중독, 도박중독이 만연했습니다. 가장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고생하는 가족들이 한둘이 아니었죠. 마을 분위기도 침체돼 있었고요.”



사진=BBC/Jack Palfrey
사진=BBC/Jack Palfrey
사진=BBC/Jack Palf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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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배워온 게임’이라며 체스를 소개해 주자 한량들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를 써서 승부를 펼치는 전략게임이다 보니 술에 취해 흐리멍덩해진 머리로는 이길 수 없었습니다. 이기려면 머리를 써야 했고, 지면 승부욕이 자극돼 더 공부하게 됐습니다. 대낮에 술 마시고 시비 붙어 싸우는 이들도 싹 사라졌습니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체스를 두게 되자 마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마을 광장에는 술꾼들 대신 ‘진지한 승부사’가 넘쳐났고 여기저기서 뜨거운 체스 대전이 벌어졌습니다. 운니크리슈난 씨네 찻집도 체스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녁에 한 잔 하지”대신 “저녁에 한 판 하지”가 인사말이 됐습니다.

‘아무나 붙잡고 체스 두자고 해도 되는 마을’ 이라고 소문이 나자 독일, 영국 등 외국에서도 체스 애호가들이 찾아왔습니다. 여행객들이 찾아오자 마을 경제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운니크리슈난 씨는 “학구적인 마을, 체스 달인이 많은 마을이라고 소문이 퍼졌다네요. 마을에 체스를 전파한 사람으로서 정말 보람 있습니다. 누구든 찾아와서 도전해 보세요. 도전자는 언제든 환영합니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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