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하던 소녀, 수술 뒤 처음 한 말은 “사랑해”

celsetta@donga.com2017-04-24 15: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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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mber's Donkey/The Dodo
사랑에는 소리가 없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말뚝에 묶여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던 당나귀 ‘쇼키(Shocks, 애칭 Shocky)’와 갓난아기 때 받은 수술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던 영국 소녀 앰버 오스트윅(Amber Austwick)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서로를 치료해 준 동반자 사이입니다.

쇼키는 아일랜드의 한 농장에서 목에 밧줄이 묶인 채 발견됐습니다. 아주 어릴 때 묶어 놨던 밧줄은 쇼키의 몸집이 커지자 살갗을 파고들었고 쇼키 주인은 소독한다며 표백제 희석액을 발라 상처를 더 악화시켰습니다. 천만다행히 버밍엄 소재 동물보호소에서 쇼키를 보호하게 됐지만 쇼키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늘 외롭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두 살 난 아이 앰버도 힘든 시간을 보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쌍둥이 미숙아로 태어난 앰버는 몸이 약해 스스로 호흡할 수 없었기에 태어나자마자 수술대 위에 누워야 했습니다. 숨 쉴 수 있도록 목에 삽입한 관 때문에 앰버는 아예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뇌성마비 증세까지 있어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도 힘들었습니다.



사진=Amber's Donkey/The Dodo
사진=Amber's Donkey/The Dodo
앰버 아버지 줄리안 씨는 4월 19일 동물 전문 매체 ‘더 도도’에 자신이 목격한 놀라운 일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앰버는 발달이 늦은 편이어서 저와 트레이시(앰버 어머니)는 걱정이 많았죠. 마침 친구가 ‘동물 치료’를 하면 아이 정서에 좋다고 해서 2013년 당나귀 보호소에 방문하게 됐습니다. 거기서 앰버가 베스트 프렌드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앰버와 쇼키는 마치 예전부터 서로 알고 지낸 사이처럼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2013년 당시 두 살이던 앰버는 자기보다 훨씬 큰 당나귀를 두려워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가 쓰다듬었고 쇼키 역시 앰버가 자기를 끌어안으려고 할 때면 고개를 숙여 높이를 맞춰 주었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앰버는 쇼키 등에 탄 채 보호소 안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쇼키 등에 타고 돌아다니면서 앰버가 많이 밝아졌어요. 몸에 힘도 생겼고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세 살이 된 앰버는 목에 끼워둔 관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아이는 좀처럼 입을 열려 하지 않았습니다. ‘말하지 않고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어색한 걸까,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걸까…’ 부모님의 걱정은 커져 갔습니다.


사진=Amber's Donkey/The Dodo

하지만 수술 뒤 쇼키를 만나러 동물보호소에 찾아가자 앰버의 말문이 트였습니다. 앰버는 쇼키의 목을 꼭 껴안고 입을 맞추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사랑해, 쇼키. (I love you, Shocky.)”

앰버 부모님은 감동에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앰버가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 앞에서 확인하니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너무 행복했고, 쇼키에게 고마웠습니다.”



사진=Amber's Donkey/The Dodo
이제 일곱 살이 된 앰버는 다른 친구들처럼 학교에 다니며 나날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도 많이 사귀었지만 앰버의 ‘베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쇼키 뿐입니다. 시간 날 때마다 보호소에 찾아가 쇼키를 돌봐 주고, 집에서도 쇼키를 닮은 당나귀 인형을 소중히 간직할 정도라네요.

앰버 부모님은 딸과 당나귀 친구의 감동 사연을 ‘앰버의 당나귀(Amber’s Donkey)’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동물 보호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독려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만나기 전 많은 고생을 했던 앰버와 쇼키. 첫 눈에 서로를 알아 본 두 친구의 아름다운 우정이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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