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구하다 칼에 찔린 ‘낙성대 의인’…도움의 손길 줄이어

celsetta@donga.com2017-04-11 15: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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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던 여성을 구하다 칼에 찔린 ‘낙성대 의인’ 곽경배(40·데일리게임 기자)씨에게 칭찬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곽 씨는 “내가 도망가면 또 다른 약자가 피해를 보겠구나”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흉기 든 가해자를 끝까지 제압했습니다.

4월 7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을 지나던 곽 씨는 절박한 비명 소리를 들었습니다. 50대 남성 노숙자가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여성을 따라가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입니다. 도와달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들은 곽 씨는 바로 달려가 가해자에게 “아저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사람을 왜 때립니까”라고 말렸습니다.

노숙자는 “너 뭐야, 너도 죽을래?”라며 칼을 꺼내 휘두르며 곽 씨를 위협했습니다. 곽 씨가 칼날을 피하자 노숙자는 칼자루를 고쳐 잡고 위에서부터 찍어 내렸습니다. 곽 씨는 다행히 간발의 차로 몸을 피했지만 노숙자를 제압하려 붙잡고 뒹굴다가 오른팔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수술 결과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혈관과 신경을 크게 다쳐 2년 여 간 재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진=LG 복지재단
곽경배 씨는 “내가 지금 피하면 이 사람이 또 돌아다니면서 약자들을 공격하겠구나 싶었다. 어떻게든 경찰이 올 때까지 가해자를 붙잡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인터뷰를 가진 곽 씨는 “그 노숙자가 여성분을 때리기 전에 지나가는 할머니도 폭행했다더라.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만 골라 때리는 그런 사람을 놔뒀다가는 피해가 더 커질 거라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밝혔습니다.

그는 ‘피해 여성이 곽 씨를 놔두고 도망갔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해명했습니다. 피해 여성이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에 경찰에 신고하고 “노숙자가 먼저 자신을 때리고, 칼로 곽 씨를 공격했다”고 증언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곽 씨는 “쌍방 폭행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었는데 그 여성분이 신고와 증언을 해 주었다. 그 분도 피해자다. 비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가해 노숙인은 현재 폭행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입니다.


사진=LG 복지재단
“나도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는 사람이라 여성대상 범죄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곽경배 씨. 그의 의로운 행동에 각계각층에서 감사와 위로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G복지재단은 11일 곽 씨에게 ‘LG 의인상’과 상금 5000만 원을 전달했으며,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는 곽 씨가 몸담고 있는 게임업계를 대표해 치료비 후원을 위한 공식 창구를 개설했습니다.

'시민 영웅' 곽 씨는 “의인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부끄럽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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