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聯 정치인 “아동 강간범과 피해자 결혼시키자” 했다가…

phoebe@donga.com2017-04-06 15: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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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탁 샤부딘 야하야 의원
말레이시아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 의원이 아동 강간범과 희생자를 결혼시키자고 주장했다가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9살 소녀 중에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결혼할 준비가 돼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 4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투탁 샤부딘 야하야(타섹 겔루고 선거구)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일부 12세~15세 소녀들은 실제 나이보다 더 성숙해 18세 이상 여성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슬람 샤리아 법원 판사 출신인 샤부딘은 어떤 9살 소녀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샤부딘은 “소녀들의 결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뭐가 문제냐”라며 “오히려 강간범과의 결혼이 증가하는 사회문제의 ‘치료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아마도 결혼 생활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희생자가 반드시 황량한 미래를 살게 될 거란 보장도 없다”며 “남편이 적어도 (미혼모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동 결혼을 범죄로 포함하도록 수정한 2017년 아동법안에 반대하면서 이런 주장을 펼쳤는데요.

그러나 의사인 시티 마리아 국민신뢰당(Amanah) 의원은 강간범과 희생자의 결혼 허용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만약 남편이 쓸모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돌직구를 날렸는데요.

샤부딘 의원의 발언이 더스타에 보도된 후 수천 건의 강한 반발과 분노가 이어졌습니다.

총리의 형제인 투탁 세리 나지르 라작 CIMB 그룹 대표까지 나서서 인스타그램에 “아니, 괜찮지 않아. 안 돼. 그들은 피해자와 결혼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사람들에게 아내를 얻으려면 강간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총리실 경제기획부 다툭 압둘 라만 달란 장관은 페이스북에 “충격과 실망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기소되어야 할 강간범이 희생자와 결혼함으로써 법적인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혐오스럽다.”

네티즌들은 샤부딘의 발언에 소름 끼쳐 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좋은 사람이라면 아이를 강간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어린이를 강간범과 결혼시키는 것은 사자에게 고기를 주는 것과 같다”고 댓글을 남겨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비난이 이어지자 샤부딘은 “강간범이 계속 나쁜 사람일 거라 추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른바 갱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투로 부연했는데요.

학자들은 피해자와 강간범의 결혼이 치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피해자에게 더 큰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외상만 입힐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스 말레이시아 대학의 겔시나 법의학 박사는 “피해자와 강간범의 결혼 생활은 양측 족의 체면을 위해 억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는 정의를 얻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아동강간범의 80%이상이 희생자와 가족인 경우가 많아 결혼을 더더욱 허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겔시나 박사는 아동 강간범과의 결혼에서 아동의 육체적 정신적 성숙을 따질 필요도 없는 게, 강간범들이 대개 소아성애자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결혼 생활은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강간범은 실패한 결혼 생활에서 얻은 자녀들에게도 동일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아동결혼을 아동성범죄에 포함하는 법안이 안 된다면, 여성의 결혼 연령을 현행 16세에서 18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말레이시아에서는 2013년 13세 소녀를 성폭행한 40세 남자가 소녀와 결혼 할 수 있게 된 후 기소를 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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