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짧으니 택배나 하지” 막말 고객…기사는 한숨만

celsetta@donga.com2017-03-07 14: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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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슈퍼에 (맡겨뒀으니) 택배 찾아가라’는 배달 기사의 문자를 받고 “내가 왜 찾아가야 하냐. 인성교육 못받았냐. 하긴 가방끈 짧으니”라며 인격모독에 가까운 막말 문자를 보낸 고객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 문자 내용은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개됐습니다.

고객은 “분명 집에 있고 배송 전에 연락 달라고 했는데 왜 멋대로 아무데나 맡기냐. 안 가져다 주면 업체 측에 연락하겠다”고 강경하게 항의하는 것도 모자라 “가방끈 짧으니 택배기사나 하겠지”라며 상대방을 모욕했습니다.



‘집에 있을 테니 방문 전 연락하고 와 달라’는 고객 요청을 완전히 무시하고 집이 아닌 근처 슈퍼에 마음대로 맡겨 버린 택배 기사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성’, ‘가방끈’을 들먹이며 택배 기사라는 직업 자체를 하찮은 것이라며 폄하한 고객 쪽 잘못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총알배송’, ‘당일배송’등 무조건 빠른 서비스를 강요하는 업계와 사회 분위기가 택배기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여러 폐해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속도 경쟁 때문에 감내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도 못한 채 정신 없이 움직여야 하는가 하면 회사의 평가가 두려워 고객에게 욕설을 듣고도 대처하지 못하는 택배기사들도 많습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지난 1월 2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총 376명)중 75.5%가 혹한·혹서기에 난로나 선풍기 없이 물품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휴식시간이 없다”는 응답은 97%, “내 잘못과 상관없이 고객에게 욕설을 들은 적 있다”며 감정노동의 고통을 호소한 기사들도 58%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21.5%는 “분류작업장 화장실에 휴지가 비치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구해 상당수의 작업장이 아주 기본적인 복지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실감케 했습니다.

최근 10년 간 택배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기사 개개인이 받는 보수와 직결된 택배 단가는 제자리걸음입니다. 한 건 배달할 때마다 기사가 받을 수 있는 돈은 1000원도 채 안 됩니다.

‌주문한 당일이나 다음날 바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함 뒤에는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하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내가 조금 편하자고 남을 극한 노동에 밀어 넣고 싶지는 않다”며 당일 배송을 자발적으로 거부하고 2~3일 내 배송, 일주일 내 배송 등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대기업이 택배 사업으로 매출을 늘리는 동안 정작 일선에서 뛰는 택배 기사들은 ‘저단가 경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습니다. 택배 기사들의 삶이 고단해질수록 서비스 질 또한 낮아지고,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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