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펙女, 저출산 원인” 발언 논란 원종욱 연구위원 사퇴

celsetta@donga.com2017-02-27 11:30:34
공유하기 닫기
24일 방송된 'SBS 8뉴스' 화면
저출생 현상 책임을 ‘고스펙 여성’에게 돌리고, 여성들이 배우자를 고를 때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은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장(선임연구위원)이 보직에서 사퇴하기로 했습니다.

원종욱 연구위원은 지난 24일 보건사회연구원 제13차 인구포럼에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원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선택결혼에 실패하고 있다. 초혼연령을 낮추려면 인적자본 투자기간(교육기간)을 줄이거나, 남녀가 배우자를 찾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 연구위원은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소득·학력수준이 낮은 남성과도 결혼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유배우율(배우자가 있는 사람 비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휴학, 해외 연수, 자격증 취득 등이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사회에 진출한 남녀가 서로 만날 기회를 늘리기 위해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배우자를 탐색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대학에 보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 연구위원은 보고서 말미에 “여성들에게 ‘하향선택 결혼’을 권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대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여성의 하향선택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 관습이나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 수준으로 은밀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여성의 하향선택 결혼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게끔 ‘음모’ 수준의 은밀한 압력을 넣음으로써 사회적 관습을 교묘하게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https://www.kihasa.re.kr) 참여공간 게시판 화면 캡처
해당 보고서가 공개된 뒤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에는 “저출생 원인을 왜 여성에게서만 찾는 것이냐”, “많이 배운 여성들이 예전처럼 만만하지 않으니 국가가 나서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거냐”, “대학에 공부하러 가지 국가가 주선한 맞선 보려고 가나”, “원종욱 위원이 박사 공부해서 쌓은 스펙은 능력이고, 여성이 쌓은 스펙은 걸림돌이다 이건가”등 원 연구위원과 보사연을 비판하는 항의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행정자치부가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만들고 지역별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명시해 물의를 빚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 소속 연구위원이 또다시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셈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27일 보사연 김상호 원장은 홈페이지에 “지난 금요일(24일) 인구포럼에서 발표된 학술논문 중에 최근의 만혼과 독신현상을 분석한 내용에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발표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원종욱 박사는 인구영향평가센터장에서 자진해서 물러나기로 하였고, 27일(월)부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