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처럼 왔다 간 요요마 “맘에 드는 케이팝, 언제든 연주”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9-09 12: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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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기세가 정점을 찍은 시간 별마당도서관에는 요요마를 보려는 인파가 몰렸다. 도서관은 2017년 개관 이래 200차례가 넘는 강연과 공연을 진행해왔다. 이달 이생진 시인, 은희경 소설가 등 명사초청특강도 이어진다. 별마당도서관 제공
초면이지만 만난 지 10분 만에 ‘마 형’이라 부르고 싶어졌다. 아니면 ‘귀요미’ 비슷한 ‘요요미’나.

클래식 첼리스트 요요마(64). 첼로모음곡의 고즈넉한 인상과 거리가 멀었다. 고 스티브 잡스가 왜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 그를 단골로 불렀는지 비로소 알 듯했다.



9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 기자는 요요마,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본부장과 3자 대담을 나눴다. 요요마가 2년간 세계 36개 도시에서 여는 토크 콘서트 ‘데이 오브 액션’ 20번째 행사. 미국·멕시코 접경지대 등 역사적 장소에서 연주하고 대화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서울 편 주제는 ‘함께 꿈꾸기: K팝의 미래와 문화기술’.

요요마와 케이팝이라니…. 기자는 이 본부장과 둘이 행사 전날 만나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열었다. 요요마가 내한 전 e메일로 ‘그날 나에게 부디 클래식에 대해 묻지 말라’고 당부한 터여서 더 아리송했다.

9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 기자와 대담한 요요마는 “학교 시험 걱정부터 기후변화와 세계의 분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은 크고 작은 걱정으로 꽉 차 있다.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고 돕는 길을 음악과 문화에서 찾고 싶다”고 말했다. 별마당도서관 제공
행사 당일. 요요마는 도착 예정 시간보다 이른 오후 1시쯤 대기실로 들이닥쳤다. 갑자기 거장을 알현하니 얼떨떨했는데 그는 거의 개그맨이다. 동그란 눈에 미간과 눈썹을 구부리는 익살로 상대를 10초 만에 무장해제.


“미스터 림, 당신은 언제, 왜 케이팝에 빠졌나요?”

착석하며 선공(先攻)부터 하더니….

“준비한 대로 말고, 자연스럽게 가죠. 그게 더 재밌잖아요.”

이 본부장과 기자는 전날 짜둔 얼개를 팽개치고 금세 즉흥연주 같은 사담(私談) 리허설에 빠져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세 사람은 2시 정각에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몰의 인파 사이로 도보 5분. 요요마는 속보(速步)하면서도 입을 쉬지 않았다. 수다쟁이 백조처럼.

임희윤 기자
“미스터 림, 춤이야말로 문화의 원형이자 인간 통합의 열쇠예요. 알죠? 고고해 보이는 첼로모음곡도 실은 18세기 독일 프랑스 스페인의 춤곡을 바흐가 자기 방식으로 집대성한 것. 반목하는 세계를 통합하려는 이상을 음악으로 실천한 거죠. 케이팝의 중심도 춤이잖아요? 예스! 그래서 난 지금 이 상황이 참 재미나요.”


행사장 도착. ‘마 형’은 숨 돌릴 틈 없이 무대로 직행했다. 객석의 환호 속에 시침 뚝 떼고 우아한 첼로 연주 시작. 곡목은 ‘그대라는 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삽입곡. 불과 하루 전 악보를 건네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유려한 연주였다.

즉흥 리허설 내용 그대로, 좌중 앞 대담도 일사천리. “예능인인지 첼리스트인지, 이분 인격이 몇 개인지 모르겠다”며 기자가 옷깃을 잡자 그가 옷에 붙은 ‘가상의 요요마들’을 털어내는 연기를 했다.

“6월 뉴욕에서 SM이 케이팝 클래식 콘서트를 열었죠. 흥미롭더군요. 지금 세대의 가장 뜨거운 문화가 고전음악과 만난다는 것, 세계 젊은이를 하나로 만든다는 것.”(요요마)

이성수 SM 본부장
이 본부장은 “SM은 문화 역시 비즈니스이고 기술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봤다. 또, 한국을 넘어 세계인과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이 앞으로 보내줄 케이팝 음악 중에 맘에 드는 게 있으면 언제든 첼로를 들게요.”(요요마)


40분간의 대담이 끝나자 그가 무대에서 내려와 뛰기 시작했다. 8일 서울 공연, 9일 DMZ 평화음악회 출연도 앞둔 그가 다음 일정 준비를 위해 몰 현관을 향해 3분가량 질주했다. 밴에 오르기 직전, 그의 깊은 포옹을 받았다.

“진짜배기 대화였어요. 정말 고마워요. 문화의 힘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차량 출발. 눈썹을 치켜뜨며 손 흔드는 모습이 검은 차창 너머로 보였다. ‘마 형’은 태풍처럼 왔다 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