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갑부 리카싱 ‘폭력 중단’ 광고… ‘홍콩 자치 용인’ 메시지 숨겨뒀나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8-20 09: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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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Keith Zhai, @QiZHAI
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317억 달러(약 38조 원)의 재산을 소유한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李嘉誠·91) 청쿵그룹 회장이 최근 홍콩 매체에 낸 광고의 숨은 의미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8월 19일 핑궈(蘋果)일보 등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카싱은 8월 16일 홍콩 밍(明)보 등에 ‘폭력(暴力)’이라는 글자에 붉은색 금지 표시를 한 전면 광고(사진)를 게재했다. 광고의 윗부분에는 ‘최선의 의도도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最好的因 可成最壞的果)’, 하단에는 ‘자유를 사랑하고 포용을 사랑하고 법치를 사랑한다(愛自由, 愛包容, 愛法治)’, ‘중국을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한다(愛中國, 愛香港, 愛自己)’는 문구가 있다. 드러난 메시지만 보면 홍콩 시위대에 폭력을 중단하라는 요청으로 보인다. 해당 광고가 처음 나왔을 때 일각에서는 “홍콩 재계도 정부 입장을 지지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전이 이뤄진 것은 홍콩 언론과 누리꾼들이 이면에 숨은 뜻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부터. 광고 맨 위부터 좌우로 오가며 각 문구의 끝 글자를 따서 문구를 만들면 ‘홍콩 사태의 책임은 국가(중국)에 있다. 홍콩 자치를 용인하라(因果由國, 容港治己)’라는 뜻이 된다는 것이다.

친중국 성향 신문인 다궁(大公)보에 실린 리카싱의 또 다른 광고에도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비판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광고에는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성 황제인 측천무후와 갈등했던 아들 이현(李賢)이 사망 전에 지은 시의 일부인 ‘황대 아래 오이를 어찌 계속 딸 수 있겠는가(黃台之瓜 何堪再摘)’라는 문구가 인용됐다. 이를 두고 “시위대가 폭력 행위를 계속하면 홍콩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과 “중국 정부가 홍콩을 계속 억압하면 민심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라는 중의적 뜻이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논란이 나오자 리카싱의 광고는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등에서 검색이 차단됐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