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올리려고 도전해본 마라톤… 20년 달리니 ‘사막 250km’ 거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8-17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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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영 씨가 2019 고비사막 마라톤에서 즐겁게 달리고 있다. 이 대회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세계 4대 극지마라톤(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중 하나다. 강 씨는 4대 극지마라톤을 완주하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강윤영 씨 제공 
강윤영 씨(40)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몽골 고비사막에서 열린 250km 마라톤을 6박 7일에 걸쳐 완주하고 왔다. 대학 시절 마라톤을 완주하면 가산점을 준다는 교수의 제안에 달리기를 시작해 지금은 연간 40여 회의 각종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는 ‘철녀’가 됐다.

“1999년 5km를 처음 달렸어요. 당시에는 운동을 한 번도 안 한 상태였죠. 마라톤을 전혀 모르고 전력질주하다 출발 2km만에 지쳐 결국 걸어서 완주했죠. 그런데 나이 지긋한 분이 1등을 했더라고요.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때부터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뒤에는 각종 사내 동호회 활동을 하며 달렸다. 마라톤과 등산, 댄스 등의 동호회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것은 증권금융계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2003년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마라톤을 하면서 안 되던 게 됐다. 2004년 한국체대 레저스포츠학과(야간)에 재입학했다. 하는 일을 위해선 경영학과에 가야 했지만 스포츠 쪽이 끌렸다. 대학에 다니며 유도 및 특공무술 유단자가 됐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는 동국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5km→10km→21.0975km→42.195km. 처음엔 도저히 엄두도 못 냈는데 막상 해보니 완주가 됐다. 몸도 강해지고 계속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마라톤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38분, 하프는 1시간34분이다.


“도전해서 다 성공하니 너무 재밌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주말에 비는 날이 있으면 어떤 대회에 참가할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자존감도 높아졌다. 달리기는 내 인생에 있어 새 지평을 열어줬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벨리댄스와 스쿠버다이빙,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달림이들을 지도하는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고비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고 밝은 표정으로 메달을 무는 포즈를 취한 강윤영 씨. 강윤영 씨 제공
강 씨는 지금까지 각종 마라톤 대회에 나가 200차례나 완주했다. 10km, 하프코스, 풀코스에서 상위권(6위 이내)에 수십 번 입상했다. 도쿄(2008년), 보스턴(2012년), 베를린(2016년), 시카고(2018년) 마라톤은 이미 뛰었고, 올 11월 뉴욕 마라톤과 내년 4월 런던 마라톤에 참가하면 세계 6대 마라톤을 완주하게 된다. 강 씨는 주말마다 대회에 출전하지만 기록과 순위를 위해서 달리진 않는다.

“내 운동철학이 ‘대회 때는 최대치의 70∼80%만으로 달리자’다.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너무 힘들게 뛰면 행복이 반감된다. 난 즐겁게 달기는 게 최고의 목표다.”


이런 이유로 강 씨는 평소 울트라마라톤 등 긴 거리를 달리지는 않았다.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사막은 꼭 한 번 달리고 싶은 로망이었다.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들마다 안 가보면 그 참맛을 모른다고 했다.

“고비사막 마라톤이 사막 마라톤의 입문 대회다. 다른 대회보다 덜 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막 250km를 달릴 수 있을까. 정말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쉽게 완주했다. 20년 넘게 달려서인지 몸이 달리기에 맞춰져 있었던 것 같다. 사막과 산, 개울을 건넜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다른 참가자들은 다 잡힌 발바닥 물집이 난 거의 잡히지 않았다.”

강 씨의 눈은 벌써 9월 29일 시작되는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으로 향하고 있다. 사막은 딱 한 번만 달리려고 했는데 고비를 다녀온 뒤 극지마라톤 그랜드슬램(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도전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는 “고비사막 마라톤 최고령 참가자가 71세였다. 나도 70∼80세가 돼서도 건강하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