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다시 햇빛 본 ‘히말라야 도전정신’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8-12 13: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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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실종된 고 민준영 등반대장(오른쪽)과 박종성 대원. 직지원정대 제공
“10년 동안 가슴에 새기고 있던 두 동생들이 설산(雪山)에 앉아 환하게 웃던 생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제는 고향에서 편히 영면할 수 있도록 잘 수습해 오겠습니다.”

2009년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실종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 민준영 등반대장(당시 36세), 박종성 대원(〃 42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55·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8월 11일 “네팔등산협회로부터 전해 들은 두 시신의 모습이나 복장 등을 볼 때 민 대장과 박 대원이 99%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경 현지 주민이 두 대원이 실종됐던 안나푸르나 히운출리(해발 6441m) 북벽 아래에서 시신을 발견했고, 네팔등산협회가 이들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옮겨 안치했다.

박 전 대장은 “당시 그곳에서 실종된 등반대원은 민 대장과 박 대원뿐이었고, 이번에 발견된 시신의 등산복 브랜드가 당시 두 대원이 입은 국산 브랜드와 동일한 데다 비상식량 등도 그대로여서 두 명이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 등과 함께 8월 12일 현지로 가서 시신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한 뒤 두 대원이 맞으면 화장을 해 유해와 함께 귀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지원정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8년 구성됐다. 원정대는 2010년 8월 27일 출국해 히운출리 북벽에 신루트를 개척하고 ‘직지루트’로 이름을 붙일 계획이었다. 민 대장과 박 대원은 9월 23일 해발 4200m 지점에서 출발해 정상 공격에 나섰지만 이틀 뒤인 25일 오전 8시 반경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앞서 이들은 2008년 6월 16일 히말라야 카라코람 차라쿠사에 있는 무명봉(해발 6235m)을 등정해 ‘직지봉’으로 명명한 베테랑 산악인들이었다. 파키스탄 지명위원회가 이 미답봉을 ‘직지봉’으로 공식 인정해 파키스탄 및 세계 각국의 지도에 표기됐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산악인으로는 박영석(48) 신동민(37) 강기석(33) 장민(26) 백준호(37) 지현옥 씨(40·여·이상 실종 당시 나이)가 있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던 박영석 대장은 신동민 강기석 대원과 함께 2011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남벽에 새로운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나섰다가 실종됐다. 한국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했던 지현옥 씨는 1999년 안나푸르나에 오른 뒤 하산 도중 실종됐다. 장민 백준호 박무택 대원은 2004년 에베레스트 하산길에 함께 조난당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이원홍 스포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