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원씩 내는 이 ‘까다로운’ 독서모임이 인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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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2019-08-11 1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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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씩 정해진 오프라인 공간에 모여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스템입니다.

4개월 회비는 19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 등 클럽장이 있는 모임인 경우 회비가 더 비쌉니다. 회비를 냈더라도 400자 이상의 독후감을 써오지 않으면 모임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이, 책보단 동영상을 선호하는 시대에 이 까다로운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인기라니. 그것도 돈을 내고!

트레바리 제공
그런데 트레바리는 창업 5년 만에 5600명의 유료회원이 모였습니다. 현재 서울 압구정, 안국, 성수, 강남역 등 4곳에 아지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왜 수천 명의 직장인은 돈을 주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걸까요.


우선 트레바리가 가진 규칙 때문에 매달 책 1권은 읽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다양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 책을 기반으로 여러 시각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사람을 모으고 운영할 때 생기는 귀찮은 일들을 트레바리가 대신해준다고 합니다.

주간동아
직장인들의 이런 수요를 알아챈 이는 어떤 사람일까요.

이를 만든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31)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트레바리를 창업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2014년 포털사 ‘다음’에 입사해 약 1년 만에 퇴사했습니다. 다음과 카카오의 인수합병 과정을 지켜보며 ‘변화에 잘 적응해야겠다’라고 절실하게 깨달았고 용감하게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굿 서퍼’가 되려면 조금 더 큰 파도가 있는 곳으로 나가야 했는데 회사 안은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윤 대표는 ‘윤리적 패션사업’을 이끌겠다는 목표로 첫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뼈저린 실패를 맛봤습니다.


계속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에 ‘독서를 사업화 하라’는 친구의 제안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독서모임을 이끌며 ‘독후감’을 기반으로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했다고 하네요. ‘독서클럽이 돈이 되겠냐’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일단 했습니다.

그는 사업 배경에 대해 “독서모임은 만들고 싶지만 책 선정부터 운영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게 어려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비즈니스의 출발”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업 아이템이 온라인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수요가 크지 않아도 존재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안 본다, 출판 시장은 망했다고 하지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30만 부, ‘82년생 김지영’이 100만 부 (팔렸듯) 이렇게 ‘읽는 사람들’이 있어요. 스타트업은 시장 규모나 트렌드보다 아무리 작게 보이는 시장이라도 독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주변의 우려에도 창업 약 5년 만에 유료회원 5600명을 모으는 등 트레바리는 꽤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결과만 보는데 미친 듯이 수백, 수천 개를 시도한 결과예요. 시도 대부분은 실패했습니다. 수많은 기획이 망했고 그중 하나가 터진 겁니다. 제 입장에선 망한 것과 된 것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요. 무조건 열심히 기획하고 몸으로 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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