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벗겨져서…” 페이크 삭스 즐겨 신다가 만든 이것

김가영 기자
김가영 기자2019-08-03 1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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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삭스’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덧신에 이어 발가락 부분만 감싸는 ‘하프삭스(Half socks)’가 등장한 겁니다.

뒤축이 짧은 뮬 스니커즈나 블로퍼를 즐겨 신는 사람들이 이 양말을 찾습니다.



옐로우삭스 김지은 대표(35)도 하프삭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5년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반쪽짜리 발가락 양말을 본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 너무 웃겨서 ‘이게 뭐야~’라며 친구와 깔깔 웃었죠.”

한국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반쪽짜리 양말’이 꽤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옐로우삭스 제공
평소 덧신을 즐겨 신었지만 자주 벗겨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블로퍼를 신을 때 땀이 잘 나는 발가락 부분만 감싸줘도 신발 안이 뽀송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 그는 샘플 제작에 나섰습니다. 그냥 양말을 반쪽만 짜면 될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길이에 엄청 예민한 양말이더라고요. 너무 짧으면 벗겨지고 그렇다고 길게 만들면 뮬 스니커즈를 신을 때 양말이 보이거든요.”

벗겨지지 않으면서 신발을 신었을 때 최대한 보이지 않는 길이를 찾아야 했습니다. 실리콘도 붙이면 안 벗겨 질까 싶어 여기저기 붙여봤습니다.

“100번은 넘게 테스트한 것 같아요. 근데 결국 이 양말은 발 볼에 있는 살로 지탱해서 벗겨지지 않게 해야 되더라고요. 실리콘 없이 최적의 길이를 찾아야 했어요.”


그는 발 중간에 딱 위치해야 양말이 벗겨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양말을 완성하기까지 섬유를 짜는 것부터 다림질까지 3~4개 공장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프삭스를 본 공장 직원들은 “아 이거 오랜만이네~”라며 반가워했다고 하네요.

“가공소 여사님들이 ‘이거 오랜만에 보네!’라면서 알아보셨어요. 옛날에는 일본이나 미국으로 수출하는 양말로 만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요즘의 ‘하프삭스’가 탄생했지만 처음부터 반응이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김 대표는 “플리마켓에 참가해서 하프삭스를 내놓으면 사람들이 ‘이게 뭐야’라며 웃었어요. 그때만 해도 시중에서 하프삭스를 보기 어려웠거든요. 제가 신고 있는 양말을 보여주며 이게 어떤 양말인지 설명하기에 급했죠”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블로퍼, 스니커즈뮬이 유행하면서 하프삭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한 고객은 전화를 걸어 “외국에서는 이 양말을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웠다. 이 양말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습니다.

‘옐로우 삭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하프삭스를 판매하던 중에 특허권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행히 특허권자와 원만한 해결 끝에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허권자도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잘 해결한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하프삭스를 설명할 일이 줄었습니다. 스니커즈뮬과 블로퍼 유행으로 하프삭스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었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5년의 경력 단절을 겪은 김 대표는 양말 덕분에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시각디자인 전공을 살려 앞으로도 재미있는 양말을 계속 제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아침에 새 양말 신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잖아요. 작은 양말로 큰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