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꿀배, 그리고 복숭아 수박

sodamasism2019-07-20 08: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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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몰리는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 드래곤볼 베지터를 응원하고,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를 좋아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1, 2위가 불꽃 튀게 경쟁하는 것뿐이다. 이것은 음료에서도 마찬가지라 마시즘은 음료코너 앞에서 장승이 되곤 한다. 뒤에서 기다리는 손님은 외친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그래서 갈아만든 배야, 사각사각 배야”

갈아만든 배가 모차르트라면
사각사각 배는 살리에르지
그렇다. 나는 역사적인 라이벌 음료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은 ‘사각사각 배’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90년대 중반 갈아만든 배(를 비롯한 갈아만든 시리즈)와 대결을 하던 음료다. 해태의 갈아만든 배는 말 그대로 온갖 과일을 갈아버리기로 유명했고, 롯데칠성의 사각사각 시리즈는 썰어버리기로 유명했다고 할까?

사과, 딸기, 복숭아, 단감… 이것저것을 갈고 썰고 하던 두 음료의 대결은 ‘배’에서 결판이 났다. 갈아만든 배가 그해를 휩쓴 것이다. 그렇게 사라진 사각사각 배. 그 음료가 강해져서 돌아왔다. 사각사각 복숭아와 사각사각 수박을 데리고.

그런데 얘네들은 왜 사각이야?

씹을 때 사각거려서
사각사각 꿀배
(과일 배인데 사람 배로 착각할뻔)
사각사각 배가 저승에서 돌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갈아만든 배’가 숙취해소 음료로 인생 이모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배음료에서는 졌지만 숙취해소라면?

그래서 꿀물(아카시아 꿀)을 섞었다. 이름도 사각사각 꿀배. 이름과 디자인 때문에(과일 배를 확대해서 둘러놓았다) 옷 속에 숨겨왔던 내 꿀배를 들킨 기분이다. 숙취해소 음료 찾는 사람들 배가 다 그렇지 뭐.

사각사각 꿀배의 사각사각은 음료를 마실 때 나오는 과육의 느낌이다. 역시 짬이 있는 음료는 이름을 함부로 짓지 않는 법. 다만 꿀이 섞여서 ‘갈아만든 배’보다는 ‘탱크보이’가 생각나는 맛이다. 차별화다. 하지만 대중들이 ‘갈아만든 배’를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게 함정.

사각 모양으로 잘라서
사각사각 복숭아
(개인적으로 올해 복숭아 음료 풍년이다)
배에서는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복숭아를 내면 어떨까? 올해 4월 사각사각 시리즈는 ‘사각사각 복숭아’를 출시했다. 갈아만든 배와 경쟁이 없는 신대륙이었다(물론 그 자리에는 복숭아 봉봉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맛은 황도 복숭아 통조림 국물 맛. 음료들보다는 진하고, 통조림 국물보다는 가벼운 단맛이 혀를 감싼다. 사각사각 복숭아는 역시 씹는 맛을 놓치지 않는데. 내가 좋아하는 딱숭아(딱딱한 복숭아)다. 그런데 꿀배처럼 사각사각한 느낌이 나지 않는걸?

(복숭아 알갱이를 꺼내어 보았다)
그렇다. 딱숭아 알갱이가 사각이다. 사각사각 복숭아는 알갱이를 깍둑썰기로 정육면체를 만들어버렸다. 그야말로 사각사각. 생각해보면 사각사각 시리즈는 원래 깍둑썰기로 유명한 검객이었다. 하지만 그 칼을 버리고 사각사각 배에서 식감으로 간 순간… 갈아만든 배에 밀렸던 것이겠지(아니다).

사각에 숨어있어서
사각사각 수박
(수박맛으로 히트친 음료가 무엇이 있을까)
사각사각 꿀배도 사각사각 복숭아도 좋지만 아직 뭔가 모자랐다. 하지만 드디어 마지막 퍼즐이 돌아왔다. 바로 사각사각 수박의 탄생이다. 올여름을 맞이해서 빠르게 수박화(?)에 들어갔구나.

문제는 역대 수박음료들 중에서 수박을 뛰어넘는 녀석이 없었다는 것. 아니 수박도 아니고 수박바의 초록색에도 못 미치는 녀석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각사각 수박은 나름 수박의 식감과 수박주스의 특징을 잘 살렸다. 약간 잘라놓은 수박을 국물까지 마시는 기분이랄까?

맛에 있어서는 나쁘지는 않은(하지만 수박바 짱) 조합이다. 문제는 이 사각사각한 수박들이 캔 입구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강가에 댐 쌓는 비버처럼 사각사각 건더기가 캔 안에 쌓이고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아무리 흔들어도 나오지 않아서 수박 껍데기 아니 수박 캔의 껍데기를 잘랐다.

(저 벽돌같은 알갱이가 캔 입구 앞에서 진지공사를 한다)
아아 사각이다. 이 사각형의 알갱이가 캔의 사각지대에 쌓여가고 있다. 생각해보니까 이거 너무 네모네모 해서 서로 잘 쌓이잖아. 무슨 음료계의 레고도 아니고.

사각사각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이대로 파인애플, 사과, 아보카도 가자!)
사각사각 음료 하나, 하나는 라이벌보다 강하지 않다. 하지만 하나를 모으면 다른 녀석을 모으고 싶어 진다. 여백을 찾아볼 수 없는 초근접샷 과일 사진 때문인지 하나하나 과일 모으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사각사각 단감, 사각사각 대추, 사각사각 깍두기… 몇 종류만 더 나오면 제사상 세트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1등은 아니지만 괜찮은 맛으로 다양한 멀티를 세우는 것. 절대강자 갈아만든 배에 맞서는 사각사각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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