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던 日 편의점 체인, 오키나와서 대박 난 이유

phoebe@donga.com2019-05-20 10: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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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트위터 @oki_famima
일본 편의점 브랜드 훼미리마트 점포의 하루 평균 매상은 2019년 2월 기준 약 53만 엔(한화로 약 578만 원)이지만, 오키나와 지역만 놓고 보면 약 65만 엔(약 708만원)으로 치솟는다. 유독 오키나와에서 훼미리마트가 잘 나가는 이유를 IT미디어 비즈니스(ITmedia ビジネス) 온라인이 최근 분석했다. 한국에도 많은 편의점이 있는데, 고민해볼 만한 전략도 있다.

우선 이 편의점이 잘 나가는 것은 지역에 밀착한 독특한 정책 덕분이다. 오키나와 한정 상품 개발이나 광고 홍보 등을 펼쳐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이다. 사와다 다카시 사장은 4월 10일 결산 설명회에서 ‘오키나와 모델’의 호조를 언급하며 “본부가 일률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전개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핵심 부분은 본부가 잘하지만, 지역에 밀착해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트위터 @oki_famima
훼미리마트는 2019년 3월부터 영업 부분, 점포개발 부분, 상품 개발, 판촉 부분 등 통상 본사가 하던 기능을 지방 훼미리 마트에 이양하기로 하고, 도호쿠와 규수 지방에 도입했다. 오키나와 모델을 본받자는 것이다.

오키나와에서 편의점 사업을 하는 회사는 ‘주식회사 오키나와 훼미리마트’이다. 이 회사는 훼미리마트와 오키나와 현에서 백화점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운영하는 리우보우 그룹이 공동 출자한 회사다. 설립된 것은 1987년이다. 현재 매장 수는 327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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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www.okinawa-familymart.jp
오키나와 한정 국물 맛

오키나와 훼미리마트에서는 다양한 오키나와 한정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도시락이나 빵 같은 중식 분야다. 약 70 %가 자체 개발 상품이다. 고야 참프루 도시락, 런천 미트와 계란을 끼운 주먹밥, 타코라이스 도시락 등이다.

점포에서 파는 메밀국수나 중화냉면 등 국물 요리도 본점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오키나와 식으로 바꿔서 판다. 현지 풍에 맞춰 맛을 개발한 것이다. 면은 본점과 같은 것을 사용해 규모의 경제를 살리지만, 그렇지 않은 국물에는 신축성을 부여했다. 일본 대형 편의점에서 오뎅 국물 맛을 미묘하게 변화해서 판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지만, 오키나와 훼미리마트는 “현지화”된 제품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출처=트위터 @oki_famima
갓 구운 빵과 피자, 소프트아이스크림

갓 구운 빵과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것도 오키나와 자체 노력이다. 현재 갓 구운 빵을 취급하는 곳은 21개 점포인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가 되는 점포도 있다고 한다. 담당자는 “구운 빵을 취급하는 가게에서는 봉지에 넣은 빵의 매출은 떨어지지만, 빵 카테고리 전체의 매출은 올라간다”며 “집객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자는 58개 점포에서 제공한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은 168개 점포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카운터 뒤쪽에 소프트크림 제조기가 있어 점원이 콘을 설치해 버튼만 누르면 완성된다. 기후가 더운 오키나와의 특성상 외식이 성행해 즉석식품이 잘 나간다고 담당자는 전했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독자적인 TV 광고

텔레비전 광고도 독자적으로 제작한다. 예를 들어, 오키나와 사투리로 말하는 아줌마 점원이 등장해 도시락을 산 고객에게 “따뜻하게 해서 먹는 게 맛있다”라고 참견한다. 실제 이 지역 사람들이 그렇다고 한다. 이제 편의점 운영에 빠뜨릴 수 없게 된 외국인 직원을 모집하기 위한 광고도 한다. 오키나와에는 네팔인들이 많은데, 네팔 출신 종업원과 일본인 점장 사이의 관계가 우습고 재미있게 묘사된다.

전략 전환의 계기는 로손의 맹공

현재는 현지 밀착 시책을 쏟아내며 높은 매출을 올리는 오키나와 훼미리마트지만 진출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오키나와가 매출이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

1987년 당시 편의점이라는 업태 인지도가 낮은 탓도 있지만, 점포 개발력과 상품 개발력이 낮았던 것도 원인이었다. 고전은 했지만 점점 편의점 인지도가 높아져 출점과 매출이 늘었지만, 1997년 로손이 진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로손의 매장은 충분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서 자동차로 내점하고 싶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당시 오키나와의 화장실은 뒤뜰 안쪽에 있어 손님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었지만, 로손은 진출 초기부터 이용하기 쉬운 곳에 화장실을 설치해두었다. 훼미리마트는 2001년까지 철수를 고려할 만큼 고생했다고 한다.

대항마로 내세운 세 가지

결국 오키나와 패밀리 마트가 내놓은 방안은 지역 밀착 상품 개발, 출점 기준 재검토, 독자적인 이벤트 개최였다.

타코 라이스나 런천미트가 들어간 주먹밥처럼 현지에서 좋아하는 일상식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도록 했다. 동시에 조리법 개발과 식재료 발굴 같은 상품 개발력을 강화해 나갔다. 출점 기준도 고쳐, 확대는 일단 보류하고 점포 재정비를 5년간 거친 후 출점을 늘려갔다.

인기가수 콘서트나 이벤트 티켓 판매 체제도 바꿨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키나와 안에서 보러 갈 공연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오키나와와 연고가 있는 가수나 그룹에 연락해 독자적인 이벤트를 기획했다. 티켓은 일반 판매하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고객이 영수증을 전용 엽서에 첨부하여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오키나와 훼미리마트는 점차 열세에서 회복해 갔다. 또한 현지에서 충돌하는 편의점 체인을 흡수하고 점포수를 늘려갔다. 현재 오키나와는 로손과 훼미리마트 2강 체제이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직원 90% 이상은 현지인

오키나와 훼미리마트에서 일하는 직원의 90% 이상이 오키나와에서 태어나고 자란 ‘원주민’이다. 이 비율은 훼미리마트 사장도 주목하고 있다. 오키나와 훼미리마트 직원은 고객과 같은 시선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현지화의 비결로 “보스와 사원의 거리가 가까운 것이 요인이다. 다양한 시책을 속도감 있게 시도하기 쉬운 환경에 있다”라고 설명한다.

같은 씨름판에서 싸우지 않는다


오키나와 훼미리마트의 2019년도 중점 방침은 “강점을 더 강하게”와 “같은 씨름판에서 싸우지 않는다” 두 가지다. 세븐 편의점의 오키나와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적과 싸우기보다는 자신의 상품 개발력을 강화하고 상대가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전략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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