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생각하면 속상” 영어 모르면 살기 힘든 대한민국

kimgaong@donga.com2019-05-02 14: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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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캡처
“테이크아웃? 포장이라고 써 놔야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기)를 이용해 주문하는 영상이 지난 1월 화제를 모았다. 노인에게 키오스크 사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주문 절차 중 ‘매장 내 식사’와 ‘테이크아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박 씨의 손은 갈 길을 잃었다. 손녀가 “’테이크 아웃’이 ‘포장해 간다’라는 뜻이다”라고 설명해주자 박 씨는 “포장이라고 써 놔야지”라고 한 마디 한다.

동아일보DB
출처 | ⓒGettyImagesBank
5월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지적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 한 사람들은 특히 괴로울 것 같아서 글 쓰게 됐다”라고 운을 뗐다. 

글쓴이는 영어 간판으로 도배된 거리, 버스 하차벨의 ‘STOP’ 표시, 영어로 된 식당 메뉴판 등을 지적했다. 

누군가에겐 기본적인 영어 단어에 불과하지만 영어를 한 번도 배우지 못 한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다.
 
누리꾼들은 “영어를 못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해당 게시글에는 “요즘 엄마한테 영어 읽는 법 알려드리고 있다… 어디 가서 간판이나 메뉴 못 읽으실까 봐”, “아파트 안에 있는 노인정도 ‘시니어 클럽’이라고 쓰여있다”, “카페 갔는데 메뉴가 영어 필기체로 쓰여있어서 그냥 아메리카노 시켰다”, “우리 엄마 영어 할 줄 모르는데 저런 데 가서 위축될 거 생각하면 솔직히 화까지 난다”, “전에 아빠가 제 자취방 온다고 거의 다 왔다고 해서 주변에 뭐 보이냐고 물어보니까 대답 못 하시더라”, “저희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영어로 되어있는데 부모님이 찾느라 헤매신 거 보고 울컥했다” 등의 댓글이 수두룩 달렸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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