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하며 죽은 새끼 고래…뱃속에 비닐봉지 40kg가

phoebe@donga.com2019-03-19 17: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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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고래 위장서 쌀 포대 16개, 쇼핑백 등 발견
위장쇼크, 굶주림, 탈수로 숨진 듯 
필리핀 디 본 콜렉터 박물관 직원들이 죽은 고래의 뱃속에 들어있던 쓰레기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디 본 콜렉터 박물관(D' Bone Collector Museum Inc.)
40kg. 
3월 15일 밤 필리핀 해안에서 발견된 아기 고래 사체 뱃속을 가득 채운 쓰레기 무게다.

19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필리핀 다바오만 해안에 길이 4.6m, 무게 500kg 가량인 부리 고래 사체가 떠밀려 왔다.

현지 해양 당국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달려간 다바오시 자연사 박물관 큐레이터들은 깜짝 놀랐다. 쇠약해진 고래는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곧 죽을 운명이었다.

그래픽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디 본 콜렉터 박물관의 해양 포유동물 전문가인 대럴 블래츌리(Darrell Blatchley) 씨가 고래 사체를 실험실로 가져와 부검했다. 그는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 고래 뱃속에 40kg 이상의 폐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 있었다.

그는 “쓰레기가 위를 터지게 했다”라며 “첫 번째 봉지를 꺼냈다. 그 다음 두 번째 봉지를 꺼냈다. 비닐로 된 쌀 포대, 스낵봉지, 나일론 밧줄이 나왔다. 믿어지나?”라고 말했다.

쌀 포대 16개, 바나나 잎으로 만든 가방 4개, 쇼핑백 수십 개 등이 나왔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들은 어린 고래가 ‘위산 쇼크’로 사망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부검에 참여한 아들은 “아빠,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살 수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비닐봉지는 죽은 고래의 위 속에 너무 빽빽 들어차서 야구공처럼 단단하게 압축됐다. 일부는 너무 오랫동안 고래 위 속에 있어서 단단하게 석회화됐다.

어린 수컷 만부리 고래는 배를 채운 플라스틱 때문에 극심한 배고픔과 탈수증으로 죽었을 것이다. 고래는 먹는 음식에서 물을 흡수한다. 고래의 창자 어디에도 먹이가 들어간 흔적이 없었다. 위산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해할 수 없고, 대신 위벽에 구멍을 냈다.

비극은 이 고래에게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해 6월 태국에서는 80개의 비닐봉지를 삼킨 고래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해양 쓰레기 오염 위기가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돌고래, 고래, 바닷새, 물고기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삼키고 죽어간다. 2015년 과학자들은 모든 바닷새의 약 90%가 플라스틱을 섭취했다고 추정했다. 유네스코는 매년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가 플라스틱 오염으로 죽는다고 추정했다.

사인은 다양하다. 이번처럼 비닐봉지나 일회용 플라스틱이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 근본적으로 동물을 굶겨 죽게 한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안쪽 장기에 구멍이 나는 경우도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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