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조롱당하고도 ‘사랑의 메시지’로 대응한 참 교사

phoebe@donga.com2019-01-17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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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라힌 메나 교사. 출처=페이스북
미국 몬태나주의 한 선생님이 낯선 사람에게 피부색을 조롱하는 인종차별을 당하고도, 상대와 싸우고 분노하기보다는 ‘사랑의 영상 메시지’로 대응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몬태나주 미줄라에 거주하는 이브라힌 메나(Ibrahin Mena) 씨는 지난 1월 4일 동네 슈퍼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다른 쇼핑객이 그를 쫓아다니며 모욕적인 말을 한 것입니다.

메나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사연을 전한는 6분 분량의 비디오 영상을 올렸습니다.

메나 씨는 식료품점에서 만난 남자가 자신을 모욕할 기회를 얻기까지 계속해서 따라다니며 스토킹했다고 했습니다. 메나 씨는 그 사람이 그냥 가길 기다리며 피했지만, 남자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메나 씨는 못 본 척 수세미 한 꾸러미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때, 그 남자의 조롱이 시작됐습니다. 남자는 “그래, 수세미 잘 샀어. 당신의 그 시커먼 피부를 떼어내려면 그걸로 문질러야 하니까. 샤워할 때마다 많이많이 문질러”라고 말했습니다.



이브라힌 메나 교사. 출처=페이스북
메나 씨는 스펀지를 든 후 동영상에서 말했습니다. “너무 화가 났고, 너무 슬펐고, 울고 싶었죠.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스펀지를 들고 자리를 피했어요.”

분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의 말을 받아칠 수 있을까?’ 생각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발길은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계산대 앞에 줄 서 있던 메나 씨. 그는 물건을 적게 산 여성 둘이 자기 뒤에 서 있는 걸 보고 먼저 계산하도록 양보했습니다. 한 여성이 고마워하며 말했습니다. “세상엔 당신 같은 분이 더 필요해요.”

순간 메나 씨는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세상을 위해 할 일을 해야겠어!’ 그는 인종차별 경험을 세상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영상을 페이스 북에 올렸죠.  

이브라힌 메나 교사. 출처=페이스북
“세상의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 도착하면 좋을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메시지이며, 누군가와 바보가 되는 대신 서로 돕는 메시지입니다.”

그래도 영상이 1만 회나 조회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친척, 친구들이 보길 바라며 만든 영상이었습니다. 낯선 이들로부터 이런 일을 공개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다만, 교사로서 메나 씨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던 가게 이름을 말하고 싶진 않아 합니다. “사람들이 제게 연락해서 가게가 사과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했어요. 저는 이 사업을 위해 부정적인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 가게는 그 남자의 의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그는 야후 라이프 스타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메나 씨는 2016년 8월 스페인어 몰입 프로그램을 가르치기 위해 미줄라로 자리를 옮긴 후 인종차별을 몇 번은 경험했다고 합니다. 길을 가던 한 무리의 사람이 그에게 “검은 쥐”라고 소리 지르며 놀려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친절했고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미줄라 사람들은 정말 저를 환영해줬어요. 웃는 얼굴로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누군가 제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고 아주 좋은 대화를 하거든요. 평소 저를 반겨주고 좋은 말로 기분 좋게 해주십니다.”

영상에 대한 반응은 따뜻했습니다. 그는 야후에 “모두 환영해주시고, 혼자가 아니라는 강한 말로 쓴 메시지를 많이 보내 주셔서 매우 감동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분들은 친절한 말을 가치를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모든 단어들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이렇게 응원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눈물이 많이 나요. 우리 모두는 친절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제게 메시지를 보낸 모든 사람들은 저를 매우 행복하게 해주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지역 뉴스 전문 매체 미줄리언에 따르면, 메나 씨의 학생들도 그를 지지했습니다. 한 학생은 가족과 만든 격려의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주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메나 씨를 껴안고 그가 한 일에 감사했습니다.

히스패닉계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에게 이런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이런저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들은 목소리를 낼 만큼 용감해져야 합니다.”

그는 또한 학생들에게 열린 마음과 관대함을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터키에 사는 스페인어 교사와 화상 회의를 하구 아시아 문화에 대해 배우는 문화교류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메나 씨는 자신을 조롱한 식료품점 고객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편견 속에서 자랐기에 이런 행동을 하는 거로 생각해요. 인종과 피부색을 넘어 우리가 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사랑으로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면 서로를 이해할 것입니다. 인종과 언어의 장벽은 없습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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