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망한’ 탄광마을 광부가 프로그래밍을 배우다

phoebe@donga.com2018-12-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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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살아남으려면…존 마에다 서바이벌 전략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컴퓨터 공학자이며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 등 미국 명문대학에서 교수, 학장을 역임한 교육자 존 마에다(John Maeda). 두부 가게를 하던 일본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학계로, 대기업, 실리콘밸리로, 투자회사로 롤러코스터처럼 종횡무진 움직이고 있다. 현재 그는 ‘워드프레스’로 알려진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오토매틱에 속해 있다.

아직 가정에 PC가 보급되지 않은 시대에 컴퓨터와 미술의 융합을 시도하며 몇 수 앞을 내다본 존 마에다의 인터뷰가 최근 일본 포브스지에 실렸다.

그가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기술과 이용자와의 불행한 어긋남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 테크놀로지가 ‘고등 교육을 받게 되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백인 남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유저는 입장이나 환경이 완전히 다릅니다. 거기에 부조화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 싶었던 그는 디트로이트나 피츠버그 등 빈곤 지역을 중심으로 전미 각지를 돌기로 했다.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디트로이트에서 현금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카페 근처 현금 지급기(ATM)에 가려고 했다가 점주에게 ‘그만 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강도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동차를 타고 15분 걸려서 시내 중심지 ATM으로 갔습니다.”

테크놀로지가 눈앞에 있는데 못쓰다니, 그는 사용자에게 있어 편리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 동북부의 애팔래치아 산맥의 탄광 마을에서 그는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봤다.



탄광 폐쇄에 따라 노동자가 잇달아 실직해, 마을 전체에서 먹이사슬처럼 일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지독하게 가난한 근로자들은 스마트폰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가족과 먹고살기 위해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탄광 노동자들은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광부 집안에서 태어나 광부로 평생 일했지만, 절실함은 사람을 바꾼다. JavaScript나 PHP와 같은 컴퓨터 언어를 습득하면 원격지에서도 세계와 이어져 프로그래머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1980년대에 비해 60% 가까이 탄광업 종사자가 줄어든 미국 탄광 도시에는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한 여러 교육을 담당하는 단체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거의 무료로 가방끈이 짧은 탄광 노동자들을 재교육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마에다 식 서바이벌 전략 
마에다는 2015년 이후 매년 테크놀로지와 디자인에 관한 보고서인 ‘Design in Tech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를 거듭할 때마다 “무서워졌다”라고 고백했다. 인공지능(AI)이 경이적인 속도로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학습은 패턴만 인식하면,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다. 즉, 지금 있는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럼 개인과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유연하게 소속된 산업이나 직종을 바꿔온 마에다에게 그 힌트가 있을지 모른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저서 ‘담대한 희망’을 읽고 RISD 학장직을 맡기로 했다. “Yes we can.(우리라면 할 수 있다)”는 말에 등 떠밀리듯 직책을 받았는데, 그때 두 단계를 밟았다고 회고한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우선은 “대담함(Audacity)”으로 자신의 기분이나 호기심에 따라서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 보는 것, 문제에 직면하면 그때는 “용기(Courage)”로 맞서면 된다는 것.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고 자연히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습지 같은 곳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는 수륙 어느 것도 속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희귀하긴 하지만 대체로 억셉니다. 아마존도 수륙의 접점을 늘림으로써 생명체가 번식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S자로 진화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직선적인 인생에서는 외부와의 접점은 없지만, 비선형의 삶이면 새로운 생각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마에다 식의 서바이벌 전략이다. 그는 지금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등 계속 배우고 있다. 세계 굴지의 디자이너, 컴퓨터 과학자, 대학교 학장, 투자가, 그리고 유튜버인 그의 조언을 AI 시대를 살아갈 직장인들도 새겨들어보는 건 어떨까.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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