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9 10:00

“美, 크리스마스엔 치킨”…‘거짓말’ 한 마디로 출세한 남자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GettyImagesBank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습니다.” 약 50년 전, 일본 KFC가맹점 점주였던 오오카와라 타케시(大河原毅·75)씨는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거짓말’은 그의 인생은 물론 기업의 운명, 나아가 일본의 크리스마스 문화까지 바꿔 놓았습니다. 그의 말 한 마디 덕분에 일본에는 ‘크리스마스엔 치킨’이라는 관습이 생기게 됐습니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판은 12월 22일 오오카와라 씨의 한 마디가 가져온 엄청난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1970년대 KFC매장을 운영하던 오오카와라 씨는 생각보다 매상이 좋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 유치원에서 ‘산타 복장을 한 배달원이 프라이드 치킨을 배달해 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점주인 그가 직접 산타로 분장하고 찾아가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먹는단다”라며 음식을 전달하자 아이들은 신이 나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유치원에서도 오오카와라 씨가 운영하는 매장에 ‘산타 치킨 배달’ 서비스를 의뢰했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을 피부로 느낀 오오카와라 씨는 즉시 매장 앞 샌더스 할아버지 마스코트에 산타 복장을 입히고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돌입했습니다.

KFC Japan
70년대 일본 국민들은 서구 문물에 대한 궁금증과 호감은 높았지만 정보 부족으로 이렇다 할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유명한 서양 명절 내지는 기독교 축일 정도로만 크리스마스를 알고 있던 당시 사람들에게 오오카와라 씨의 미국식(?) 크리스마스 마케팅은 곧바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입소문이 퍼지자 지상파 방송국 NHK와 인터뷰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말 크리스마스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 전통이 있냐’는 질문에 오오카와라 씨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는 프라이드 치킨이 아니라 칠면조 구이를 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물론 70년대라서 가능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요즘이었으면 곧바로 들통나고 말았겠지요.

방송 덕에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다’는 잘못된 상식이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1974년에는 KFC 전사 차원에서 크리스마스 캠페인을 전개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일본 전역 KFC에는 치킨을 사려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게 됐습니다. 이 공적을 인정받아 오오카와라 씨는 1984년 일본 KFC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훗날 오오카와라 씨는 “사실 진짜 미국식 크리스마스 요리는 칠면조 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 거다. 방송이 나간 뒤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계속 후회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줘서 다행”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