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3 16:44

“당신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람”…생명을 구하는 '119 디스패처'

박선주 기자
에디터 박선주 기자|
@Lynette McManus Jeter 페이스북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직업이 있습니다. 신고 접수를 하는 긴급 디스패처(dispatcher:지령 요원)입니다. 쉽게 말해, 신고 접수를 하고 현장에 소방관 혹은 경찰관이 도착하기 직전까지 전화 상으로 해줄 수 있는 응급 처치를 하는 겁니다.

리넷 맥매너스 제터(Lynette McManus Jeter)는 미국 버지니아 헨라이코 카운티(Henrico County) 지역의 911 디스패처입니다. 제터가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SNS에 올린 “저는 단지 디스패처일 뿐입니다”라는 글에는 8만 개의 좋아요와 3만 700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디스패처로 일하면서 느낀 감정과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 이 글은 제터와 비슷한 직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내가 누군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해요. 저는 당신이 쓰러진 엄마에게 제발 숨 좀 쉬라고 울며 애원하는 소리를 듣는 사람입니다. 난 당신이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할 때 여전히 당신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설득하는 사람입니다. 난 당신이 위급상황에 혼자 남겨져도 응답해줄 사람입니다. 

나에게 전화를 거는 수천 명의 사람들께, 저는 첫 번째로 당신의 위기 상황에 도착할 순 없지만 최악의 날이 될 수 있는 날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첫 번째 사람입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비단 자신만이 겪는 고충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자신의 일상으로도 이어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녀보다 어린 직장 동료 역시 일상생활에서 인내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고충을 제터에게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제터는 때때로 자신이 전화상으로 내린 결정에 대해 의문을 품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던 겁니다. 15년을 디스패처로 일해온 그녀도 통화를 끊은 후까지 그 대화가 기억에서 잊히지 않아 고통받기도 했습니다. 퇴근 후에도 대화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때로는 그만두고 싶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날을 돌이켰을 때 그녀를 웃게 만드는 좋은 날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동료 디스패처들은 “제터의 이야기는 디스패처의 실제를 담았다.”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를 정확히 짚었다” 등의 댓글을 달았고, 누리꾼들 역시 “감사하고, 신의 은총이 당신에게 닿길 바란다”로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스패처 제터의 최종 목표는 자신의 직업이 위기 상황의 첫 번째 응답자로 인정받는 겁니다.   

박선주 기자 pige32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