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3 20:30

비혼(非婚)족…그들의 자녀들을 차별하는 제도를 손볼 때다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9월 혼인건수 1만4300건.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파업에 이어 결혼파업이라 부를 만하다. 육아 부담에 출산을 꺼리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은 옛말이고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는 ‘비혼족(非婚族)’이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의 출산율이 미미하므로 이대로라면 올해 0명대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반등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혼을 안 한 상태인 미혼(未婚)과 달리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90년대 후반 비혼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여성에게 불합리한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자발적인 선택의 의미가 강했다. 결혼하지 않는 남녀가 늘어난 요즘에는 비혼이 미혼을 대체한 보편적인 용어로 쓰인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 변화가 기저에 깔려 있을 테지만, 각종 조사에서 비혼인 이유로 경제적인 부담이 첫손에 꼽힌다.

▷울리히 벡, 엘리자베트 벡 부부는 저서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에서 전통적인 규범이 무너진 근대사회에서 파편으로 남겨진 개인이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공동체를 꾸리게 되는데, 그것이 낭만적 사랑을 통해 결합한 부부라고 봤다. 그런데 울리히 벡이 “특별한 위험사회”라고 했던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결혼이라는 안식처 마련을 포기하고 있다.

▷‘비혼족’ 증가는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 청년들의 집단 파업에 가깝다. 취업 주거 육아 등 결혼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호소다. 이런 얽히고설킨 구조적인 문제들은 당장 해결이 어렵다. 먼저 결혼과 출산을 한 쌍이 아닌 각각 별개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건 우리 사회가 그 아이들을 귀하게 길러내야 한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비율은 56.4%,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출산할 수 있다’는 비율은 30.3%에 달할 만큼 사회는 변화했다. 비혼과 동거 커플, 그리고 그 자녀들을 차별하는 제도들을 손볼 때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