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목사 ‘그루밍 성폭력’ 의혹…안희정 재판서도 등장 ‘그루밍’ 뜻, 뭐기에?

cja0917@donga.com2018-11-07 13:10:23
공유하기 닫기
그루밍 뜻
사진=동아일보DB
인천 모 교회에서 ‘그루밍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그루밍(Grooming)’ 용어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그루밍’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원래 동물의 털 손질, 몸단장, 차림새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최근에는 외모에 관심이 많아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을 칭하는 단어 ‘그루밍족’이라는 신조어로 사용됐다.

이 ‘그루밍’은 성폭력이라는 단어와 결합하면서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루밍 성폭력’이란 폐쇄적인 상황에 놓여 있거나 정신적으로 미약한 미성년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친밀감을 쌓은 뒤 정신적으로 종속시켜 성범죄 대상자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그루밍은 보통 여섯 단계로 이뤄지는데 ▲피해자 고르기 ▲피해자와 신뢰 쌓기 ▲피해자의 욕구 충족시키기 ▲피해자 고립시키기 ▲피해자와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을 유도하며 성적인 관계 형성 ▲협박과 회유를 통한 통제 순이다.

‘그루밍’은 유명 성폭력 의혹 사건에서 수차례 등장한 바 있다. 지난 5월 수십 년 간 다수의 여성 신도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구로구 모 교회의 A 목사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피해자들은 A 목사가 권위를 이용해 회유·협박하면서 일종의 ‘그루밍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A 목사는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에도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서울서부지법의 안 전 지사 무죄 판결문 전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피해자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에 의해 성적으로 길드는, 이른바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상태에 놓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전문심리위원들은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능력을 넘어서는 보직을 준 점, 가벼운 신체 접촉부터 점차 강도 높은 성폭력으로 이행된 점, 보상을 제공한 점, 피해자를 특별히 대접한 점 등을 근거로 김 씨가 ‘그루밍’의 심리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성실성 등에 대한 호평과 추천에 따라 김 씨를 수행 비서로 발탁했고, 첫 간음행위 이전에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특별한 관심, 칭찬, 선물 등을 보내거나 대접을 한 정황도 없었다”고 했다.

또한 “그루밍은 주로 아동, 청소년 혹은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대상이 그루밍의 대상이기 때문에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이 그것도 약 한 달 사이에 그루밍에 이를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인천의 한 교회 목사가 10대 여성 등 최소 26명의 여신도를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인천시 부평구의 한 교회 김모 목사에 대해 내사를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11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모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 김모 목사가 전도사 시절부터 지난 10년간 중고등부·청년부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며 미성년인 저희를 길들였고, 사랑한다거나 결혼하자고 했다”, “당한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