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던 50대女 살해 20대男 “술 취해 기억 안 나”…평소 ‘사람 죽었을 때’ 검색

toystory@donga.com2018-10-31 18: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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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이유도 없이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새벽 2시 36분께 박모 씨(20)는 경남 거제시 고현동의 한 선착장 인근 주차장 앞 길가에서 폐지를 줍던 A 씨(58)의 머리와 얼굴을 수십 차례 폭행했다. 이후 박 씨는 A 씨가 숨졌는지 확인하고 도로 한가운데로 끌고 가 하의를 모두 벗겨 유기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조사 결과 박 씨는 A 씨의 '살려달라'는 애원도 무시하고 무릎과 발로 A 씨의 얼굴과 머리를 폭행했다. 또 A 씨를 도로 연석에 내동댕이치고는 다시 일으켜 주먹으로 폭행하고 상태를 관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A 씨가 움직이면 다시 내던지고 폭행하고 관찰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했다.

이를 목격한 행인 3명이 박 씨를 말리자 그는 "내가 경찰이다 꺼져라"면서 폭행을 이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박 씨는 움직이지 않는 A 씨를 도로에 던진 후 하의를 모두 벗기고 달아났다. 박 씨의 범행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범행 인근 장소에서 박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범죄 피해 5시 30분 뒤인 오전 8시 19분쯤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A 씨는 키가 132㎝에 불과할 정도로 왜소하지만 박 씨는 키 180㎝의 건장한 체격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술에 취해 왜 그랬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 근처도 아닌데 거기를 왜 갔는지 왜 때렸는지 모르겠다"며 진술을 피하고 있다.

경찰은 당초 '상해치사' 혐의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휴대전화 분석 결과와 범행 이후 피해자를 도로 위에 내버려둔 현장 모습을 종합해 볼 때 계획적인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평소 인터넷에 '사람이 죽었을 때',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사람이 죽으면 목이 어떻게' 등의 문구를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의 엽기 행각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31일 "132cm, 31kg의 왜소한 50대 여성이 180cm가 넘는 건장한 20세 남성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끔찍한 폭행을 당해 숨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누리꾼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 감형 없이 제대로 강력하게 처벌해주세요. 강력범죄자는 모두 신상정보 공개해주세요.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범죄 처벌 수위를 높여주세요"라고 주장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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