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된 카슈끄지 ‘대역’까지 준비한 사우디…별로 안 닮아서 실패?

phoebe@donga.com2018-10-23 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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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로 위장한 마다니. CNN
사우디아라비아가 체제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59)를 살해한 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대역을 쓴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10월 22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사우디인 암살조 15명 중 한 명이 카슈끄지의 옷과 가짜 수염, 안경을 낀 채로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 뒷문을 나가는 영상을 보도했다.

카슈끄지와 비슷한 체격인 이 남성은 사우디 공작원 무스타파 알-마다니(Mustafa al-Madani‧57)로 밝혀졌다.

CCTV 영상에 따르면, 10월 2일 사건 발생 4시간 전, 카슈끄지와 비슷한 나이, 키, 체구의 마다니가 파란색과 흰색 체크무늬 셔츠와 짙은 파란색 바지를 입고 영사관에 들어왔다. 수염은 없었다.



카슈끄지와 마다니 비교 샷. CNN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들어간 뒤 1시간 38분 뒤인 2일 오후 2시 52분경 마다니가 가짜 수염을 붙이고 카슈끄지가 입었던 검정 재킷과 셔츠를 입고 공무원과 함께 영사관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이스탄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공공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터키 고위 관리는 CNN에 “마다니가 입었을 때, 카쇼기의 옷은 여전히 따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측은 “심문을 위해 대역을 쓸 필요는 없다”며 “사전에 계획된 살인이고 시신은 영사관에서 옮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슈끄지가 실종된 후 사우디 당국은 그가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했으나 주장을 뒷받침할 영상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마다니가 카슈끄지와 충분히 닮아 보이지 않자 사우디 측이 영상을 치워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마침내 사우디는 20일 카슈끄지의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그들은 카슈끄지가 ‘주먹다짐’ 중에 우발적으로 죽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번 사건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영사관을 들어갈 당시 마다니. CNN
사우디 아델 알 주비르 외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카슈끄지의 죽음은 “개인들이 자신의 권한 밖에서 한 일”이라며 “우리는 시신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1일 사우디 언론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카슈끄지의 아들 살라 자말 카슈끄지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전했고, 빈 살만 왕세자도 살라에게 전화로 애도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터키 언론과 관리들은 카슈끄지가 15명 사우디 암살조에게 계획 살해됐다고 밝혔다. 사우디 암살조에는 왕족 수행원과 부검전문가가 포함됐고, 이들은 그의 손가락을 자라는 고문을 한 후, 영사관에서 목을 베었다는 것.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3일 “사건의 적나라한 진실을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정의개발당의 외메르 첼리크 대변인은 “극도로 야만적인 방식으로 계획된 죽음”이라며 “바라건대 모든 것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처벌되어 아무도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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