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때문에 코·안구 제거수술한 아버지가 식당에서 쫓겨났습니다”

celsetta@donga.com2018-10-16 14: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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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randy Evans / Facebook
7년 전 암 때문에 코를 절제하고 한 쪽 안구를 적출한 미국 남성이 ‘모습이 추하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났습니다. 남성의 딸은 아버지가 겪은 이야기를 듣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사는 커비 에반스(Kirby Evans·65)씨는 10월 8일(현지시간) 요기거리를 찾으려 인근 주유소에 딸린 폭스 픽 스탑(Forks Pit Stop)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도넛과 음료를 사서 자리에 앉는 순간 가게 사장이 커비 씨의 옷깃을 잡고 ‘잠깐 보자’며 자기 사무실로 데려갔습니다.

사장 도나 크로스비(Donna Crosby)씨는 코와 한 쪽 눈이 없는 커비 씨의 얼굴을 가리키며 “여기서 드실 거면 뭐라도 뒤집어써서 얼굴을 가려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커비 씨는 당혹감과 수치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 하고 그대로 도망치듯 가게에서 나왔습니다.

겨우 집에 돌아온 그는 눈물을 흘리며 딸 브랜디(Brandy Evans)씨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았습니다. 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겨 왔던 딸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브랜디 씨는 9일 페이스북에 아버지가 겪은 일을 상세히 적고 문제의 식당 간판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얼굴 재건 수술을 할 수 없었던 사정도 공개했습니다. 코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안대를 쓰자니 코뼈를 절제한 부분의 연약한 피부와 눈가 피부가 안대 끈에 닿아 매우 쓰라렸다고 합니다.

글은 순식간에 퍼져나갔으며 네티즌들은 #justiceforkirbyevans(커비 에반스 씨에게 정의를)이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어 식당 주인을 비난했습니다. 가게와 사장 이름까지 밝히며 대놓고 공격하는 것은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브랜디 씨와 커비 씨를 응원했습니다. 이 소식은 ABC뉴스 등 현지 언론들을 통해 보도되며 더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식당 주인 도나 씨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당신 아버지께 상처 주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커비 씨의 얼굴을 본) 손님들이 도망가고 있었다고요”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 네티즌의 계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되었습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도나 씨는 현재 일을 그만 둔 상태라고 합니다.

사진=Brandy Evans / Facebook
커비 씨가 비용 부담 때문에 얼굴 재건 수술을 받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미국 네티즌들은 치료비 모금에 십시일반 돈을 보태고 있습니다. 10월 16일 현재 목표액인 7만 5000달러(약 8460만 원)를 넘는 7만 6000달러가 모였습니다. 브랜디 씨는 아버지의 뺨에 입 맞추는 사진을 올리며 “도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 세상 그 어떤 사람도 그런 수모를 겪어서는 안 된다는 걸 모두가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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