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IT기업인 美 아마존이 AI 채용 프로그램 폐기한 까닭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인공지능(AI) 면접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구직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AI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면, AI는 구직자의 대답뿐 아니라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미소, 찡그림, 음성 등 25만 개의 정보를 분석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영국 런던의 ‘피니토’라는 회사는 AI 면접을 도와준다면서 구직자들에게 9000파운드(약 1300만 원)를 받는 AI 전용 ‘족집게 과외사업’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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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뽑을지에 대해 일본의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는 긍정적이다. IBM이 개발한 AI인 ‘왓슨’을 활용해 서류전형을 하는 소프트뱅크는 기존 5명이 낸 자기소개서의 합격, 불합격을 판정할 때 사람은 15분이 걸리는 반면 AI는 15초면 충분하다고 했다. AI가 불합격이라고 판단해도 채용 담당 직원이 다시 확인하지만 오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 소프트뱅크의 판단이다.

▷한국에서도 롯데와 CJ그룹, KB국민은행 등이 AI로 자기소개서를 평가할 때 표절 여부를 판단하고, 인재상과 관련된 단어가 문맥상 자연스러우면 가점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기존에 논문 표절 심사나 대량의 키워드 검색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얼굴의 68개 근육을 기반으로 면접자의 감정을 읽는 AI로 면접을 진행한 결과가 기존에 검증된 인·적성검사의 성적과 차이가 컸다는 채용업계 얘기도 있다.

▷AI가 공정성 시비를 줄이고 제대로 된 인재를 뽑으려면 뇌(腦)에 해당하는 알고리즘(문제 해결용 계산식)의 정교함과 기존 입사자의 성과 데이터가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춘 세계 최고의 IT 기업인 미국 아마존조차 10월 10일(현지 시간) AI 채용 프로그램을 폐기했다. 남성 중심의 기업에서 기존에 성과를 낸 직원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AI가 여성을 대거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AI가 채용뿐 아니라 범죄 여부, 자율주행차의 사고 시 보행자와 운전자 중 누가 먼저 희생자가 돼야 할지까지 판단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때 어떤 데이터와 계산식이 사용돼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의 중요한 윤리적 과제가 될 것이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