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성공하려면 대입제도 먼저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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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동아일보|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시행
10월 6일 세종시교육청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미래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한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제공
“2022년에 적용 가능한 요소부터 도입을 시작하고 2025년부터 완성된 형태의 고교학점제를 본격 시행할 계획입니다. 안정적 도입을 위한 일정을 제시한 것이지 제도 시행의 연기나 유예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0월 6일 세종시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미래포럼’에서 고교학점제 추진에 차질은 없다고 강조했다. 8월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며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2022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한 계획에서 3년이 늦춰진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 1호인 고교학점제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임기 내 전면 도입이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인 도입을 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올해 105곳인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내년 300곳으로 확대해 고교학점제 도입 기반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은 고교학점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쏟아냈다.
○ 수업 골라 듣고 학점 이수하는 고교학점제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짜여진 시간표대로 똑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입시 중심에서 학생 성장 중심으로 바꾸고, 서열화된 고교 체계를 탈피하겠다는 목적이다.

고교학점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수업을 골라 학점을 이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생은 희망진로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고 학년 구분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다. 평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적용된다.

학생들의 수요가 다양한 만큼 한 학교 내에서 소화가 불가능한 과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근 학교에 개설된 과목을 듣거나, 대학·연구소 등에서 학교 밖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수업 시수(단위)를 학점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1단위는 50분 기준으로 17회 수업을 듣는 것으로, 3년 동안 총 204단위를 이수해야 한다. 1단위 수업량과 이수기간·질 등을 고려해 1학점을 정해야 한다. 학력 취득을 위한 총 이수학점, 과목별 이수 기준, 졸업 요건 등을 설정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또 수업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을 경우 F학점을 줄 수 있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꺼번에 제도를 바꾸면 혼란이 있을 수 있어 2022∼2024년 사이 학점제 전환과 졸업학점 등 제도의 틀을 하나씩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학업 부담 증가와 교원 수급 등 우려도
교육계에선 고교학점제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면서 학업 부담이 늘어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세종 양지고 홍순상 군(16)은 “배우는 교과목이 늘어나면 사교육 의존이 심해질 수 있다. 공동교육과정, 동아리 활동도 중요해질 텐데 이걸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절대평가체제에서 내신 성적 인플레가 일어날 경우 변별력 때문에 수상 성적 같은 다른 활동에 몰두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교사들은 학생 수요를 모두 반영해 수업을 개설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가르칠 교사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 수요에 맞춰 과목을 만들 수 없다. 천희완 서울 대영고 교사는 “학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학점제를 실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학기당 지도해야 할 과목이 과다하게 늘어나는 교사가 나올 수도 있다. 김주영 경기 구리 갈매고 교장은 “한 교사가 너무 많은 과목을 맡게 될 경우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절대평가가 전면 시행될 경우 평가에 대한 불신도 해소해야 한다. 이효현 경기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부장은 “교사의 수업형태와 평가방법에 학부모가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학교 밖 활동이 많아지면 안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고교학점제 성공을 위해선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 수능 전면 개편 등 대입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교학점제 ::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각자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수업 개설 및 교사진 확보, 도농 격차 극복 등이 선결 조건이다.


세종=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