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살인’ 유족 “홍보영상 보고 영화화 인지, 내용증명 보내자 사과 없이…”

toystory@donga.com2018-09-21 17: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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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이 개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모티브가 된 영화 속 사건의 유가족이 '암수살인'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9월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암수살인' 속 사건의 한 피해자 유족이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암수살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유족은 피살된 오빠의 사건을 똑같이 묘사했고,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A 씨 오빠(당시 38세)는 2007년 11월 26일 밤 부산 중구 부평동을 걷다가 이모 씨와 어깨를 부딪혔다. 그러자 이 씨는 주머니에 있던 접이식 칼로 A 씨 오빠의 목과 허리를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인근 건물 지하로 옮겨 불을 질렀다.

A 씨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제작된 '암수살인'에서는 2007년 사건이 2012년으로 바뀌었지만 극 중 인물의 나이, 범행수법 등이 원래 사건과 똑같이 묘사됐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앞서 지난 8월에 한차례 '암수살인'의 배급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해명을 요청했다. 다음 달 답변이 왔지만 사과나 동의를 구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9월 21일 유족의 변호를 맡은 정재기 유앤아이파트너스 변호사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유족들은 지난 8월 '암수살인' 홍보 영상을 보고 사건의 영화화를 처음 알았다"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처음 영상을 보고 너무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고 고민 끝에 '암수살인'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에 연락을 취했다. 유가족의 동의 없이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영화에 묘사한 지점을 물었는데 이렇다할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유가족은 8월 말 내용증명으로 쇼박스에 공식적인 항의를 보냈고 한달여 뒤인 9월 중순께 쇼박스로부터 내용증명에 대한 답을 받았다. 쇼박스의 공식입장은 영화 상영 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의 영화'라는 문구를 넣겠다는 것 뿐이었다. 이렇다할 사과나 동의, 양해를 구하기 보다는 단지 그 조치 뿐이었다. 유가족은 더 큰 상처를 받았고 고통받게 됐고 결국 법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보도 후 9월 21일 '암수살인' 제작사와 쇼박스, 김태균 감독이 유가족을 찾아뵙고 과정을 설명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유족들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는 "유가족은 '암수살인' 측과 만남을 거부하고 법원에 판결을 기다리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가처분 재판은 오는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9월 21일 '암수살인' 제작사인 필름295는 보도자료를 통해 "'암수살인'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제작사는 영화가 모티브로 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들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피해자를 암시할 수 있는 부분은 관객들이 실제인 것처럼 오인하지 않도록 제작과정에서 제거하고 최대한 각색했다. 다만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분이 상처받으실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 부족하게 느끼시는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10월 3일 개봉 예정인 '암수살인'은 15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인 살인범이 사건 발생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추가 살인을 자백한 후, 이 자백을 토대로 진실을 파헤치는 한 형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윤석은 살인범이 감옥 안에서 던져주는 단서를 믿고 피해자를 찾아 끈질기게 진실을 쫓는 형사 김형민으로 분했다. 주지훈이 연기하는 살인범 강태오는 감옥 안에서 손바닥 위에 형사를 올려놓듯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자백하는 인물. 자백을 통해 감옥에서 수사 과정을 리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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