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 뽀롱이 추모공간, ‘일베’ 작품?… 文대통령 세월호 추모 조롱

ptk@donga.com2018-09-21 16: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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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가 사살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퓨마와 관련된 청원이 100건 이상 올라오는 등 추모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일부가 이번 사건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조롱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특히 해당 동물원 앞에 마련돼 주목 받은 ‘퓨마 추모공간’은 애초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19일 일베 게시판에는 ‘대전 오월드에 퓨마 공식 분향소 마련해놓았다’는 제목으로 “어처구니 없이 죽은 고 퓨마 양 배웅하러 대전오월드에 갔다 왔다. 좌측 쪽문에 작게나마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테마는 팽목항st(스타일)로 포스트잇과 리본을 달아서 최대한 외롭지 않게 만들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함께 공개한 인증사진에는 “문재인은 퓨마 참사 7시간의 행적 공개하라”,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미안하다”, “어른들이 미안해”, ”잊지 않을게 퓨마야”, “퓨마야. 네가 별빛이었다. 너의 혼이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등의 글을 적은 포스트잇과 리본이 퓨마 사진 주변에 붙어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팽목항을 방문해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적은 글을 흉내내 조롱한 것.

다음날인 20일 오전 해당 추모공간을 소개하는 기사가 여러 언론에 보도됐고, 포스트잇에 적힌 내용도 그대로 기사에 인용됐다.

그러자 일베 회원들은 20 오후 기사를 링크하며 “일벤져스가 해냈다”고 글을 올렸다.

21일 새벽 또 다른 회원은 “광화문에 퓨마 분향소 설치하고 왔다”는 글과 함께 인증 사진을 올렸다.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앞에 퓨마 분향소를 설치한 이 회원은 “얼마 후 서울시청 직원이 와서 철수시키라고 했지만 난 철수하지 않았다. 왜 저쪽에 있는 텐트들은 치우지 않냐고 말했다”고 적었다.

인증사진에는 동물원 추모공간과 마찬가지로 “퓨마총살 진실을 인양하라!”, “정부는 대통령 행적 7시간을 공개하라!”, “암컷이라 당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퓨마사진 주변에 붙인 모습이 담겨있다. 이 후 일베 게시판에는 “광화문 퓨마 분향소를 조문했다”는 인증 글이 이어졌다.

21일 오후 퓨마 분향소는 철거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의 경우 사전 허가가 필요한데 신청 없이 무단으로 설치해, 불법 시설물이라 바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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