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남녀분리’ 여전…여성 직장동료와 밥 먹은 외국인 남성 체포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이집트 남성이 여성 직장동료와 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체포당했습니다. 9월 10일(현지시간) BBC등 외신에 따르면 호텔에서 근무하는 이 남성은 사우디인 동료 여성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찍어 SNS에 공유했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영상 속 차도르를 입은 여성은 남성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음식을 먹여주는 등 친근한 태도를 보였으나 바로 이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사우디 노동부는 남녀 분리 정책을 위반하고 사회를 모욕하는 영상을 올렸다며 남성을 강제 추방하기로 했습니다.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사우디 사회에서는 식당이나 카페는 물론 직장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어울려 앉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남녀는 가족일 경우에만 합석할 수 있으며 그 외에는 각 성별 전용 구역에 앉아야 합니다.

남성 보호자 없이는 거의 모든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사우디 여성들은 자가용 운전조차 허락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5월 비로소 여성도 운전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으나 여성 운전자를 협박하거나 차를 부수고 불태우는 등 반발 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료와 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체포 당한 이집트 남성 사건에 사우디와 이집트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네티즌은 “같이 식사한 '죄'로 체포한 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 왜 여자는 가만히 두고 남자만 잡아가는가.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다른 네티즌은 “사우디 사회에서 여성이 직업을 갖고 외국인과 어울린다는 건 전통과 미덕을 붕괴시키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집트 방송진행자 오사마 가위시(Osama Gaweesh)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분명 ‘여성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고 콘서트장이나 극장, 해변에도 혼자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는가”라며 사우디 정부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