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버스정류장 물벼락 없앤다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서울시 “도로변 물웅덩이 제거”, 차로-배수로 564곳 11월까지 정비
물 고인 버스정류장 앞 도로. 지난달 말 비가 온 뒤 서울 송파구 삼전로의 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 물이고여 있다. 차도가 침하되고 측구(배수로)가 파손된 것이다. 서울시는 물 고임 현상이 나타난 가로변 버스정류장 560여 개를 11월까지 정비할 계획이다. 서울시 제공
‘비가 쏟아지는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서 있다. 멀리서 달려온 버스가 급하게 정류장으로 들어서면서 움푹 들어간 도로 위의 물웅덩이를 지나친다. 사방에 물이 튀고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옷도 흠뻑 젖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의 측은한 심정이나 불운함을 보여주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상투적 장면이다. 물론 이런 일은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대학생 전모 씨(25)는 지난달 말 버스에 타려다 새로 산 신발을 망쳐버렸다. 밤길이 어두웠던 탓에 정류장 바로 앞 도로 가에 있던 물웅덩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밟아버린 것.

앞으로는 서울의 버스정류장에서는 이런 해프닝을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가로변 버스정류장 앞 도로의 물고임을 막기 위한 대규모 정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늦어도 11월 중순 이전에 정비를 끝낼 것”이라고 9월 11일 밝혔다.

정비 작업 대상은 길가에 있는 버스정류장과 붙어 있는 차로 213곳과 측구(배수를 위해 도로변에 만드는 배수로) 351곳이다. 서울시는 7월부터 약 한 달간 6개 도로사업소와 관할 구를 통해 서울 시내 가로변 버스정류장 5800여 곳을 전수 조사하고 정비 대상을 선정했다. 당초 조사가 더 빨리 끝날 것으로 봤지만 8월 중순까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비가 오는 날만 기다렸다가 신속하게 조사를 벌여야 했다.

차도는 배수가 잘되도록 도로 가운데보다 끝 부분이 미세하게 낮게 만들어진다. 이를 ‘횡단경사’라고 부른다. 도로법의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빈 차만으로도 무게가 약 10t에 이르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지나가기 때문에 차도가 변형되거나 가라앉게 된다. 버스정류장 근처 도로에 물이 고이는 현상이 집중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에 정비 대상이 된 곳들 대부분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배수로 높낮이에 변형이 생기면서 배수구로 물이 흘러가지 못해 웅덩이가 생긴 곳이 많았다. 버스 바퀴가 자주 지나가는 위치에 더블유(W) 자 모양으로 골이 파여 있거나, 아예 아스팔트 바닥이 깨져 웅덩이가 생기기도 했다. 임시로 보수하는 과정에서 배수 기능이 더 나빠진 곳도 있었다.

서울시는 배수구까지 연결되는 경사를 조정하거나 해당 차로를 다시 포장하는 방식으로 이런 현상을 막을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도에 약 13억 원, 측구에 약 7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추경 예산안이 확정되면 집행 계획을 수립해 관할 사업소와 자치구에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업은 한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디테일’에 주목한 덕에 추진될 수 있었다. 7월 전수 조사를 요청한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홍성룡 의원(더불어민주당·송파3)은 평소 시내버스를 무작위로 골라 타고 점검을 다닐 정도로 교통안전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홍 의원은 최근에도 “버스정류장 인근 표지판과 전신주 등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며 서울시에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