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피해 사례…男 대출 빙자-女 권력기관 사칭에 약해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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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0대 남성 A 씨는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시중은행 직원의 전화를 받고 귀가 솔깃해졌다. 상대방은 “기존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면 금리가 더 낮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3%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돈을 보내라고 했다. A 씨는 그 말을 믿고 24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러고는 끝이었다.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전화였다. 상대방은 돈을 빼내 잠적해버렸다.

금융감독원이 보이시피싱 피해 사례를 분석해보니 A 씨 같은 남성들은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전화에 당하는 사례가 많았던 반면 여성들은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전화에 속는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1~6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8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7% 급증했다고 10일 밝혔다. 올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가 크게 늘면서 지난달까지 피해액이 2631억 원으로 지난해 총 피해액(2431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올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총 2만100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4% 늘었다. 하루 평균 116명이 약 860만 원씩 사기를 당한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40, 50대가 99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20, 30대 425억 원, 60대 이상 350억 원 순이었다.

성별에 따라 취약한 사기 수법도 달랐다. 보이스피싱 유형은 크게 대출 빙자형(70.7%)과 정부기관 사칭형(29.3%)으로 나뉜다. 대출 빙자형은 고금리 대출자에게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고 접근해 기존 대출금 가운데 일부나 수수료를 먼저 보내라고 요구하는 수법이다. 올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의 70.7%가 대출 빙자형이었다. 이 수법에 당한 피해자의 59.1%가 남성으로,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정부기관 사칭형은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하거나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의 29.3%가 이런 유형이었는데 특히 여성과 고령자들이 이런 유형의 피해를 많이 봤다. 피해자 중 20~30대 여성이 34%에 이르는 등 여성의 피해규모(363억 원)가 남성(152억 원)의 약 2.4배였다. 6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12.5%에서 31.6%로 크게 늘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 증가에 대처해 보이스피싱 전화 실시간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사기범의 음성과 통화 내용을 분석해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 이를 수신자에게 알리거나 통화를 차단하는 것이다.

고액 현금을 찾아갈 때 진행되는 현행 문진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문진제도는 500만 원 이상 현금을 인출하거나 송금할 때 ‘사기예방 진단표’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수표인출 등을 문진 대상에 포함하고, 은행 창구에서 송금할 때도 문진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검찰과 경찰, 금감원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고 할 경우 일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상대방의 직위와 이름을 확인한 뒤 전화를 끊는 것이 최선”이라며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전화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