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규제 완화도 삐걱…대통령만 뛰는 혁신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개인정보보호, 독립 위원회 이관”
與, 시민단체 요구 반영… 정부 난색
은산분리 완화-원격의료는 與 반발
참여연대 “규제 푸는 4大입법 반대” 
협치 될까… 개혁입법 운명 걸린 정기국회 개막 9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앞줄 오른쪽) 등 국무위원들과 여당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위쪽 화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촛불혁명의 제도적 완성은 개헌과 개혁입법”이라고 강조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원격의료 허용이 여당 내 이견으로 입법이 늦어지는 가운데, 데이터 관련 규제혁신도 당정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 이관하고 개보위를 독립기구로 격상하려는 청와대와 여당의 방침에 일부 부처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3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하기 직전 김태년 정책위의장 주재로 행안부, 방통위, 금융위 등 관계부처 차관이 모인 가운데 비공개 당정청 회의가 열렸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통신 관련 개인정보 보호 업무는 방통위가 전문성을 갖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개보위로 넘기는 데 반대했다. 방통위 관계자가 이어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이관하려면 다른 규제 권한을 달라”고 하자 민주당 측 관계자는 고성을 지르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고 한다.

이렇게 당정청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당일 예정됐던 개보위 권한 강화 및 독립기구 격상 방침 발표는 보류됐다. 청와대는 그 대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한 ‘가명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만 발표했다.

개보위 권한 강화를 통해 데이터 규제혁신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 핵심 지지층을 달래려던 청와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풀려면 먼저 개보위를 독립기구로 격상하고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 금융위 등은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산업적 측면의 활용에 더 비중을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개보위가 개인정보 규제·감독 업무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청와대가 혁신성장의 일환으로 뽑아든 규제혁신 카드가 잇따라 정부 여당 내 불협화음으로 제대로 진전되지 않으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당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부 여당 의원과 금융노조 등의 반발로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는 이날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과 규제샌드박스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발전법 등을 4대 반대 입법과제로 규정했다. 정기국회 시작에 맞춰 당청이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 법안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규제혁신 정책은 한목소리로 야당을 설득해도 쉽지 않은데 여권 내 집안싸움으로 얼마나 성과를 낼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