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여 마리 고래의 시뻘건 피로 물든 푸른 바다

hwangjh@donga.com2018-08-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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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스닷컴 트위터 캡처
북대서양 페로 제도의 아름다운 푸른 바다가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 180여 마리 고래의 피다.

매년 여름, 이 곳의 바다에는 고래의 시체가 떠다닌다. 매년 한 번씩 ‘그라인드(grind)’라고 불리는 대규모 고래사냥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고래를 해변으로 몰아넣고 날카로운 칼 등으로 머리 아래쪽을 자른다. 사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 행위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기 위한 ‘전통’이라고 말한다.

고래사냥은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됐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앨러스테어 워드 (Alastair Ward·22)는 페로 군도를 찾았다가 고래 도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얼마나 많은 고래가 있었던 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아이들까지 (고래를 포획한) 밧줄을 잡아당기고 고래 사체 사이를 뛰어다녔다”며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30분만에 180여 마리의 고래가 도살당했고 바다는 붉은 피로 물들었다. 워드는 “고래의 비명이 끔찍했다”며 “주민들은 내게 고래사냥이 농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매년 페로제도에서 고래사냥은 동물보호협회나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페로제도는 ‘문화’와 ‘전통’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냥한 고래를 다른 지역으로 내다 팔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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