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머스크의 입… 이번엔 ‘테슬라 상장폐지’ 논란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2018-08-09 11:49
“일부 주주의 비뚤어진 음해로부터 벗어나 장기적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상장 폐지를 추진하겠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47·사진)가 7일 벼락같은 ‘비공개회사 전환 검토’ 발언으로 미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최근 머스크가 공개석상과 트위터에서 부적절한 발언들로 줄곧 구설에 올랐던 터라 “이번 발표 역시 진위가 의심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직원들에게 발송한 e메일을 통해 “테슬라는 장기적 목표에 집중할 때 최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주식을 공개한 상태로는 장기적으로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분기별 수익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에 주당 420달러(약 47만 원)로 테슬라 주식을 공개 매수해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0.99% 급등한 379.5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마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가 테슬라의 지분 3∼5%를 비밀리에 사들였다”고 보도하며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이후 “머스크가 진지하게 상장 폐지를 검토하는 것인지 농담을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주식 거래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가디언은 “공개 회사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정보를 머스크는 너무 조심성 없이 다룬다. 그가 주식 매수가로 제시한 숫자 ‘420’이 ‘4월 20일 대마초의 날’을 뜻하는 말장난일 거라는 의견이 적잖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심은 머스크가 경망스러운 언사로 테슬라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평가를 깎아내린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5월 초 1분기 실적 발표회 겸 투자자 설명회에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에 대한 투자분석가의 질문에 “바보 같고 지루한 질문”이라고 답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후 CEO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이 커지며 테슬라 주가가 급락해 시가총액 20억 달러가 증발하는 위기를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예상치 못한 돌발 발언을 트위터에 올려 테슬라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태국 치앙라이주 동굴에 갇힌 소년들을 구출한 영국 잠수전문가를 뜬금없이 ‘소아성애자’라고 모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부품 공급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도 불거졌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부품 공급업체들에 지급한 대금 중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테슬라 측은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 전략”이라고 해명했지만 자동차업체가 부품업체에 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자동차산업 투자분석가 샘 아부엘사미드는 경제전문지 포브스 칼럼에서 “머스크의 팬들은 이제 그가 ‘구원자’나 ‘선지자’가 아니라 그저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유력 정치인들에게 로비 활동을 벌이는 평범한 기업가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스스로를 경영인이 아니라 엔지니어 또는 디자이너로 여기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