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억에 산 4000t급 원양어선 불지른 업체대표, 이유 알고보니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2018-08-09 09:23
보험금 67억 타내
적자 쌓이자 양초 이용해 방화… 
제보자 신고로 업체대표 등 덜미
2016년 11월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항구에서 4000t급 어선에 불(사진)이 나 전소됐다. 3년 동안 운항하지 않던 배에 갑자기 불이 났고, 100만 달러였던 보험금을 화재가 발생하기 6개월 전 600만 달러로 늘린 것 등 수상한 점이 많았다.

보험사에선 사기를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이날 오전 10시에 불이 났고, 마지막까지 배에 있었다는 한국인 이모 씨(60)는 오전 10시 반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항구에서 공항까지 이동하고 출국 수속을 하는 데 최소 2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씨가 불을 내기는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결국 보험사는 선주인 국내 원양업체 대표 A 씨(78) 등에게 보험금 약 67억 원을 지급했다.

완전범죄가 될 뻔했지만 제보자의 신고를 받은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3년 이 어선을 180만 달러(한화 약 19억 원)에 구입해 조업에 나섰다. 하지만 적자가 계속되자 지인들과 일부러 화재를 내고 보험금을 타는 방안을 모의했다.

불을 지른 이 씨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인화물질이 묻은 헝겊을 배 안쪽에 깐 뒤 양초에 불을 붙였다. 초가 모두 녹아 헝겊에 불이 붙는 데까지는 5시간이 걸렸다. 이 씨는 이 시간을 이용해 출국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현주선박방화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A 씨와 공범 이 씨 등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8월 8일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