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이 말하는 1996년 南北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2018-08-11 07:30
실제 사건 다룬 영화 ‘공작’ 리뷰
북한에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잠입한 특수 공작원을 그린 영화 ‘공작’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본 시리즈’나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스파이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모르고 지난 사건의 내막을 관찰하고 싶다면 구미에 딱 맞는 영화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주도한 북풍 공작인 ‘흑금성 사건’을 토대로 한다. 흑금성은 안기부 특수공작원 박채서 씨의 암호명. 그는 아자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회사에 위장 취업해 북한에서 TV 광고를 찍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고위 관계자와 접촉하는 역할을 맡았던 박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1996년 만났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이런 흑금성 사건의 사실적 구현에 집중했다. 공작원 박석영(황정민)이 지시를 받아 중국에서 북측 고위 인사와 접촉하고, 북한에 들어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전개한다. 시대적 분위기나 인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여러 장치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박석영과 북한 대외경제위 차장 리명운(이성민)이 처음 만나는 중국집 ‘고려원’만 해도 길거리는 대만, 내부는 대만 외곽의 건물, 문짝은 세트장 등 각각 다른 곳에서 촬영했다.

하이라이트는 흑금성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장면. 배우들마저 잔뜩 긴장하고 연기하게 만든 김 위원장의 회의실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생전 김 위원장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맨인블랙3’ 등을 작업한 해외 특수분장팀을 섭외했다. 김 위원장 역을 맡은 배우 기주봉은 분장에만 5시간이나 걸리는 탓에 새벽에 일어나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정교한 제작 방식은 윤종빈 감독의 전작을 보면 납득이 간다. 군대의 부조리를 그린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 호스트바를 소재로 한 ‘비스티 보이즈’(2008년),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그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년)까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회의 치부나 어두운 곳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파헤쳐 호기심을 자아내고 사회적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다. ‘공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아쉬운 것은 실화를 뛰어넘을 만한 긴장감이다.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박석영과 리명운의 우정, 나라를 위해 일한 박석영의 고뇌가 드러난다. 그 전까지는 서로를 관찰하고, 말로 떠보고 의심하며 긴장을 고조하려 했지만, 극적인 요소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8월 8일 개봉. ★★★
 
김민 기자 kimmin@donga.com